[기자수첩] 코로나 한탕주의에 빠진 제약업계

송영두 기자
입력일 2020-09-02 14:15 수정일 2020-09-02 15:43 발행일 2020-0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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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송영두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전 세계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띄우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도 벌써 7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셀트리온, GC녹십자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개발 전 과정을 언론에 브리핑하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해당 기업들과 코로나19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제 개발 소식만 들리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주가 폭등을 지켜본 일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는 행태다. 현재까지 적어도 수십 개 기업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코로나 임상은 총 17건에 불과하다.

코스닥에 상장된 한 제조업 기반 회사는 최근 코로나19 예방치료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FDA 승인 즉시 제품을 출시하겠다며, 마치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당장 개발될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예방 치료제가 어떤 성분인지, 어떤 물질인지,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취재에 나섰지만, 회사 측에서는 “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 FDA 승인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의약외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돈다.

기밀 혹은 비밀유지 사항이 있다면 보도자료를 내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 상장사인 만큼 투자자들을 위해 명확한 정보를 공개했어야 했다. 아직도 이 회사의 코로나19 예방 치료제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회사의 속내는 무엇일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송영두 산업IT부 기자 songzi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