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협·대전협 집단 휴진, 명분도 없고 방식도 틀렸다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0-08-31 10:09 수정일 2021-06-12 02:49 발행일 2020-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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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기자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번지고 있다. 이달에만 약 540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동시 다발하고 있다. 가히 방역 비상 시국이다.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도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물론 국민도 ‘거리 두기’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의사단체는 ‘집단 휴진’을 하고 환자 곁을 떠났다. 대전협은 지난 21일부터 열흘 이상 집단적인 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은 지난 14일 집단 휴진에 이어 오는 9월 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들이 이처럼 의료 현장을 떠나 집단 휴진을 하는 이유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사수가 선진국 대비 부족할뿐 아니라 지역 의료격차 심화, 필수 의료과의 지원자 부족 등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지역 및 공공필수 분야에 ‘복무’하는 의사를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의료계 일각에서도 꾸준히 제기한 문제다.

이들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가 의료 질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에 대한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대전협 등 젊은 의사들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서비스 확충이라는 확실한 명분에 대항할 근거와 명분이 없다보니 정부가 공식 부인하는 공공의대 입학생을 지자체 등이 추천한다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가짜뉴스에 기대고 이를 퍼뜨린다.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는 의사들의 인식이 이 정도일까 실망스러울 모습이다.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방식도 틀렸다. 정부·국회·범의료계가 나서 ‘원점 재논의’를 약속했지만 무시하고 ‘정책 철회’만을 외치고 있다. 협상은 안 보인다. 정부를 향해 무조건 자기들 앞에 ‘백기투항’하라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특히 지난 30일 재투표 끝에 집단 휴진 연장을 결정한 모습은 명분도 협상력도 다 내 팽겨친 ‘패착’으로 보인다. 이 같은 모습에서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오만함이 느껴진다. 거기에 현재·미래의 기득권·특권을 지키려는 강한 이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떤 집단이든 이익을 추구하고 지킬 수 있고 단체행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명분과 근거야 있어야 하고 협상의 방법, 혹은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의협, 특히 대전협의 행위에는 명분은 없고 협상의 방법도 틀렸다.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빨리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 이후에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