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 머리 맞댈 때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0-08-27 14:40 수정일 2020-08-27 14:41 발행일 2020-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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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1억원 안팎의 소규모 자본금’, ‘불황 없는 업종’ 등은 한때 화장품 브랜드숍에 붙었던 수식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치킨집만큼은 아니어도 화장품 브랜드숍 창업도 꽤 인기가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한때 황금기를 누렸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기 전까지 명동은 골목마다 상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싼 임대료값을 했다. 사드 보복 이후 정점이 꺾이긴 했지만, 보따리를 싸 들고 면세점 화장품을 쓸어가는 따이궁들 덕분에 나쁘지 않은 수입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는 버틸 장사가 없었다. 화장품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고, 화장품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상반기에만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막막한 상황에서 화장품 회사들은 온라인으로의 대전환을 앞당겼다. 이전부터 대세는 온라인으로 굳어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속도가 붙었다.

당연히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니스프리에 이어 아리따움 가맹점주들도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가격정책에 대한 불공정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인 미샤 가맹점주들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호황기 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가맹점과 회사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우릴 버렸다’고 말하고, 회사는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양쪽 다 물러설 수 없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갈등이 ‘우리가 더 힘들다’는 식의 끝이 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