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수요자 대출 숨통은 끊지 말아야”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7-06 09:17 수정일 2020-07-06 09:28 발행일 2020-07-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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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이정윤 기자

올해 더 강력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 청년 등 서민층에서다. 정부가 서민들의 집값을 안정하고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 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서울 집값은 계속 올라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이어 지난달에는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 방지를 위해 전세자금대출까지 억제하고 나섰다. 시장은 혼란 상태다. 서울 강남북을 할 것 없이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전셋값 질주도 끝이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가 6·17 대책 발표하고 내 집 마련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불만의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흙수저는 평생 전세만 살라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30세대의 불만은 한층 더 진해졌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청약 가점제 확대로 새 아파트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졌고, 올해는 규제지역 확대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아예 숨통을 끊은 셈이다.

주택 관련 대출을 억제하다보니 은행에서는 신용대출이 폭증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로 꽉 막힌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현실화한 것이다.

집을 사려고 했지만 포기한 이들로 인해 전세대출도 늘었다. 정부는 전세계약기간 2년 동안 전세대출 이자만 갚는 기존 방식과 달리, 원금도 일부 갚아갈 수 있는 ‘분할상환 전세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몇몇 은행에 이미 있는 상품이고, 이로 인해 전세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뒤늦게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지만, 휘두른 방망이의 세기에 비해 역풍을 맞은 이들의 아픔을 치료하기는 역부족이다. 투기는 막되 실수요자의 대출 숨통은 터줘야 한다. 정부가 애초에 잡으려던 건 투기꾼이지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자 등 서민이 아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