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대여당, 폭식에 배탈 나면 어쩌려고…

표진수 기자
입력일 2020-07-02 14:21 수정일 2020-07-02 14:22 발행일 2020-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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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표진수 기자

폭식을 하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폭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동일한 시간 동안 먹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으며 이를 조절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다.

탈이 난다는 것은 꼭 무엇을 먹을 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어떤 일을 과하게,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두고 탈이 난다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76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얻었다. 반면 통합당은 103석에 불과하다.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 가져가 버렸다. 통상 국회 개원 후 원구성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협상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핑계로 여당은 조급하게 원구성을 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국민들의 명령’이라고 말 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대가로 국정운영의 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민주당이 밥을 빨리 먹었기 때문에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체하면 21대 국회 초반부터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부담스러운 민주당은 통합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에서 이를 잡아 줄리 만무하다. 현재 통합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발목잡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일하는 국회를 위해 우직하고 강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마음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통합당을 기다려 줬어야 했다. 그래야만 통합당을 선택한 국민들에게도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표진수 기자 vyv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