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언택트보다 커넥티비티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20-06-25 14:17 수정일 2020-06-25 14:19 발행일 2020-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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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택트(비대면)’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감염병 확산 우려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고, 기업들은 무인 매장을 구축해 영업하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에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혁신 기술들이 보편화하고 원격으로 소통하는 편리한 세상을 우리는 이미 예상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이론적인 대응책은 쏟아지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하는지 안내하는 매뉴얼은 찾아볼 수 없다.

작년 말 글로벌 혼합현실(MR) 기업 매직리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숀 스튜어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구세대의 취미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에 이어 이제는 영화가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서비스가 영화관의 감동을 대신할 수 있을까. OTT(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로 아쉬움을 달래는 쪽이 현실적일 것이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도 좋지만, 우리는 경기장의 함성이 그립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수십 번 득점 영상을 돌려보는 것보다 찰나의 순간 옆자리의 동료와 환호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게 몇 배는 더 짜릿하다.

KT의 OTT ‘시즌’은 실시간 방송에 채팅 기능을 적용했는데,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방송 때 이용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극 중 등장인물을 온라인에서 함께 욕하며 공감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미완성의 5G 초고속·초저지연이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란한 기술보다 우리에게 절실한 건 소소하게나마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