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국종 이어 백종원, 통합당의 영웅주의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6-24 14:17 수정일 2020-06-24 14:19 발행일 2020-06-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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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국가권력은 대통령, 당권은 당 대표에 쏠린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이른바 영웅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보스정치가 아니라도 말이다. 특히 두드러진 곳은 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 차떼기 사건에 이어 탄핵 역풍으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은 200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혜성처럼 등장해 천막당사를 이끌어 회생했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서 집권했고, 천막당사 이후 각종 선거를 휩쓸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박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6년 정치적 지주였던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빠르게 무너졌다. ‘이명박·박근혜’라는 영웅에만 기댄 사상누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튼튼하게 탑을 쌓을 생각은 않고, 순식간에 모래성을 복구할 허황된 영웅 찾기에 나섰다. 탄핵정국 직후 대선주자와 당 대표에 홍준표 의원을 앞세운 게 시작이다.

반복되는 위기와 영웅주의는 무리수까지 낳았다. 2018년 지방선거 대패에 홍 의원이 퇴장하자 이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국종 교수가 거론됐다. 응급의료체계 발전에 이바지해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21대 총선까지 4연패째인 지금은 차기 대선주자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언급됐다. 이유는 이 교수와 다르지 않다. 전 국민이 대체적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간 이어진 국민적 증오에서 마법처럼 건져내 줄 영웅만 바라는 모습이다. 그들이 올 리도, 온대도 모든 걸 해결하는 영웅이 될 리도 없다. 이런 허황된 소원이 반복되는 건 통합당이 스스로 환골탈태할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다. 지금은 느리더라도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립할 힘을 기를 때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