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선주 '폭탄 돌리기'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6-21 14:21 수정일 2020-06-21 14:23 발행일 2020-06-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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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주가가 19일 급락했다. 이날 삼성중공우는 장 초반까지만 해도 20% 넘게 올랐으나 이날 오후 1시55분부터 하락 전환해 무서운 기세로 꺾였다. 이날 삼성중공우의 고가는 96만원, 저가는 54만8000원이다. 단 하루만에 41만2000원이 오르내린 것이다. 1주(株) 기준이니 96만원에 10주를 투자했다면 삽시간에 412만원을 날렸을 수 있다.

삼성중공우는 누가 봐도 불안했다. 한국거래소가 30% 상하한제를 도입한 이래 최장기간 상한가 행진이었고, 거래소는 20여일 동안 3번이나 삼성중공우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삼성중공우의 주가는 하루만에 20% 넘게 하락했지만, 이날 종가(59만2000원)는 여전히 지난 1일(5만4500원) 종가의 10배가 넘는다.

최근 우선주 급등세는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어느 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10종목 중 7~8종목이 우선주이기도 했다. 우선주 급등 현상은 초기엔 ‘순환매 장세의 마지막 단계’, ‘높은 배당 매력’ 등 설명 가능한 듯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야말로 ‘투기판’이 됐다. 유통주식수가 적어 ‘희소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우선주 급등이 이상 과열임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거래소는 작전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우가 20% 넘게 하락한 이날, 주가 하락률 상위에는 삼성중공우 외에도 다수의 우선주가 이름을 올렸다. JW중외제약2우B와 KG동부제철우, 남양유업우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들을 포함해 이날 하락률 상위 2~28위가 모두 우선주였다. 증시 격언 중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표현이 있다. 상승률이 높은 만큼 조정 폭도 크다는 뜻이다. 삽시간에 달아오른 우선주는 식는 속도도 빠를 것이다. 우선주를 투기판으로 만든 것은 투자자들이니, 깊은 골을 견뎌야 하는 것도 투자자들일 것이다.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