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패로 돌아간 현대重 노조의 '4사 1노조'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06-18 13:44 수정일 2020-06-18 13:45 발행일 2020-06-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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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로봇계열사 현대로보틱스에서 최근 새 노조가 설립됐다. 사업부문별 분사 이후로도 ‘4사 1노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노조 중 처음으로 복수노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강경노조로 분류되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글로벌 조선업황의 불황으로 회사 상황이 크게 나빠진 지난 2014년 이후 강경파 집행부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현대중공업이 사업부문별 4사(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체제로 분할되면서 노조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는 나뉘었지만, 조합원은 모두 현대중공업 노조에 속한다는 ‘4사 1노조’ 체제를 추진해 이에 대응하려 했다.

다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되돌아봤을 때 4사 1노조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8년 임단협과 관련해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는 1차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했으나,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이 부결되면서 이들이 2차 합의안을 마련하고 이를 다시 찬반투표를 통해 가결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현대로보틱스의 복수노조 탄생은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쌓여있던 조합원들의 불만이 실질적 형태로 터져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임협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여전히 몸집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지난해 원·하청 공동투쟁에 이어 올해 임단협에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그룹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조 공동교섭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담았다. 그러나 이번 현대로보틱스의 복수노조 설립으로 ‘4사 1노조’ 체제가 무너진 만큼, 현대중공업 노조의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