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짐 싸는 '동학개미'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6-11 14:12 수정일 2020-06-11 14:13 발행일 2020-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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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유혜진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동학개미운동’이 3개월 천하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

코스피가 2200선을 눈앞에 두고 자꾸 후진한다. 지난 6거래일 내내 2100선에서 맴돌았다. 차익 챙기는 매물이 쏟아진 탓이다. 코스피 2200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터지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이 ‘이쯤이면 다 오르지 않았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국내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고 전 세계적으로 나쁜 경제지표가 드러나면서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탠다.

문제는 또 투기판으로 흘러갈 조짐이다. 주식 투자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인버스(inverse)’ 투자 글이 눈에 띈다. 인버스는 주가가 ‘거꾸로’ 갈 것을 기대하며 하락에 운을 거는 투자다. 코스피가 전고점에 다다르자 ‘이제는 내리겠지’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인버스에 돈을 넣는다. 실제로 “주린이(주식+어린이)인데요, 인버스 좀 타볼까요?”라는 질문이 투자 게시판에 넘쳐난다.

코스피가 반등하기 시작한 3월 말부터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이 ‘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상장지수펀드(ETF)’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보다 2배 많이 샀다. 평범한 것은 성에 차지 않는지, 2배 이상 ‘곱버스’가 활개친다.

동학개미운동은 국내 주식을 내다파는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쓸어 담으며 시작됐다. 그 모습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미들이 똑똑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제와 코스피가 2200선 넘본다는 이유만으로 돌아선다면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뜨거운 기름에 찬물 붓다가 크게 데인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