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김여정 담화 닷새만에 초강경 대응한 北의 속내는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20-06-09 15:45 수정일 2020-06-09 15:55 발행일 2020-06-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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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턴하는 남북관계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로 향하는 길이 적막하다. (연합)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선 차단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실시하자 문재인 정부는 당혹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2년여 간의 쌓아왔던 남북관계가 2018년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불과 닷새 만에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짐에 따라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어떠한 해결책도 써보지도 못한 채 현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이 이 같은 강경책을 속전속결 형태로 취한 것과 관련한 의도 분석에 나섰다. 우선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북제재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북한 국경 봉쇄 조치가 장기화 되면서 북한의 현 상황이 경제적으로 매우 압박을 받고 이에 최근 대북전단 살포가 구실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압박이 심해진 가운데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층에게 좋은 구실이 됐다는 것이다.

또 판문점 공동선언의 합의 사항 중 하나가 접경지에서의 상호 비방이나 전단지 살포 등 대적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막지 못한 것은 남측 정부다. 판문점 공동선언을 남측이 먼저 어기고 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합의 사항이 파기됐기에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으로 분석된다.

이를 빌미로 남북 문제에 있어 남측이 전단지 살포에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연말에 있을 대선 준비에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이 한켠으로 밀려 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초 이후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의 강경책은 문재인 정부를 자극함으로서 미국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하려는 모습으로도 읽힌다.

이번 북한의 강경책에서 주목한 만한 점이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닷새 만에 전격적으로 이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5일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김 제1부부장이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지만, 김 제1부부장의 영향력이 예측됐던 점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다.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지난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항의군중집회 등 하루도 빠짐 없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대남 비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김 제1부부장의 지시로 이 같은 강경책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이어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뛰어넘는 사실상 2인자임을 북한 내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북한이 추가적으로 취한 강경책에 대해서는 담화에서 언급된 개성공단 완전 철거 카드도 전망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와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향후 북미 관계 및 남북관계 상황 추이를 보며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