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엽 감는 이재용의 경영시계, '포스트코로나·뉴삼성' 정조준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6-09 13:31 수정일 2020-06-10 16:35 발행일 2020-06-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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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전경. (이철준 기자)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돌게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경영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및 향후 재판 일정이 변수이긴 하지만, 이미 이재용 부회장의 다음 ‘경영시계’와 스텝은 코로나 극복을 통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삼성은 ‘경영 공백’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뉴 삼성’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은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및 준법경영시스템 안착을 위한 경영시스템 구축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과 강화를 통해 ‘뉴 삼성’으로의 혁신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과 삼성은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현안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일자리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한 동반성장 강화 등은 물론 책임(준법)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쳐 사회적 신뢰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은 물론 AI·바이오·자동차전장·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강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인수·합병(M&A)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 4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 제출한 준법경영 시스템 구축과 안착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6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힌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삼성은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과 관련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두는 한편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준법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을 적극 실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개방적 혁신을 통한 뉴 삼성 모델에서 국가, 사회와 함께 상생 및 동반성장을 꾀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 확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 앞으로 투자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비롯해 각종 사회공헌 등 보다 선도적인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부회장은 “위기에선 기술력 만이 살 길”이라는 신념 아래 일본 수출규제와 미중 간 신냉전 체제가 고착화되는 위기 상황에서 ‘초격차 전략’의 선봉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사업에서의 기술력 강화 및 차세대 기술 확보, 국산화 등 ‘극일’ 및 신사업 관련 ‘퀀텀점프(대도약)’을 위한 경영 행보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 코로나19로 국내외 이동이 부자유스럽고, 미중 무역분쟁이 재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중국 산시성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이 단적인 예다. 날로 치열한 시장 경쟁을 뚫고 혁신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초일류로 비약할 삼성의 과제를 ‘절박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과 스마트폰, TV 등 세트사업의 소비심리 위축 전망을 동시에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중 통상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내외에서 투자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이자 삼성의 신성장동력 사업인 4대 미래 성장사업 등을 직접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2018년 8월 신사업에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던 것처럼 정부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는 시나리오도 상정할 만하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리적인 판단과 별개로 때가 때인 만큼 일 잘하는 기업인을 감옥에 가두는 것은 시대적 열망에 역행하는 꼴”이라며 “이 부회장도 이번 기회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신사업 강화를 통해 환골탈태의 면모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