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6-08 14:19 수정일 2020-06-08 15:29 발행일 2020-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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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13년 방송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로 사용된 이 문장은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4세’에서 유래한 대사다. 왕관을 쓴 자는 그 권력에 걸맞는 책임감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나날이 엔터테인먼트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에게 이 문장만큼 꼭 들어맞는 조언도 없을 듯 싶다. 빅히트는 지난해 전 세계를 주름 잡은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힘입어 업계 최고 매출을 올렸고 연내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인기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과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를 레이블로 편입해 방탄소년단의 군입대로 인한 매출 부재 전략도 세웠다. 민희진 전 SM엔터테인먼트 이사 등 업계 실력자들을 영입해 회사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껏 부푼 외형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예전과 다름없는 ‘불통’의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달 불거진 멤버 정국의 이태원 방문과 이달 초 발매한 슈가의 믹스테이프 사건이다. 정국의 이태원 방문은 지난 4월 말 누리꾼들에게 목격돼 수많은 언론이 문의한 사안이다. 그때마다 빅히트는 “아티스트의 사생활이라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뒤늦게 회사와 정국 본인이 사과했다.

슈가의 믹스테이프 수록곡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의 음성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자 프로듀서의 잘못으로 돌리며 앨범 전체 프로듀서를 맡은 슈가와 내부 검증을 시행한 회사가 몰랐다고 발뺌했다. 이는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아티스트에 절대 의존하는 중소 엔터테인먼트사의 전형이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팝 시장을 이끄는 리딩 그룹이다. 그러나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리딩 기업은 단지 매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빅히트의 모습이 ‘벼락졸부’와 뭐가 다를까.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