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이 여당에 177석을 준 이유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20-05-31 14:01 수정일 2020-05-31 14:07 발행일 2020-06-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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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희 증명사진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21대 국회가 지난 30일부터 법적 임기를 시작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꼽히는 20대 국회를 반면교사 삼아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여야 원구성 협상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여당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177석이라는 절대 과반을 만들어 준 만큼 여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져가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과거 여야 의석 비율대로 상임위 위원장 수를 나눠가진 것은 관행이었고, 이는 절대 과반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절대 다수를 여당인 민주당이 된 만큼 민주주의 원리에 맞게 모두 갖겠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상으로만 보면 상임위원장 선출은 본회의 선거로 선출하는 만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당이 이러한 논리를 펴는 데는 관례대로 야당 몫으로 돌아갔던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기에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훼손됐다. 의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권한을 갖는다. 본회의 상정 전 모든 법안이 거쳐야 하는 법사위와 정부 재정을 심사하고 결정하는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갖는다면 야당이 가졌을 때보다 국회의 정부 견제 기능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협치 정신이 결여됐다. 현재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정부와 여당의 입맛에 맞는 법안과 예산안 통과에 야당에 들러리를 서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총선 직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 결과를 보면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무거운 책임감은 온데간데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177석이라는 의석수를 준 의미는 이런 모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한장희 정치경제부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