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 일자리부터 빼앗은 코로나

용윤신 기자
입력일 2020-05-28 14:22 수정일 2020-05-28 14:28 발행일 2020-05-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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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사진(용윤신)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가 드러나고 있다. 그중 노동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곳에서 여성에 대한 고용지표가 눈에 밟힌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돌봄 공백이 반복되며 여성의 노동지위는 더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특수고용직인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중 여성의 비율은 90% 이상이었고 특고 전체에서 여성은 57%였다. 여성은 비정규직의 55%, 초단시간 노동자의 58%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4월 여성취업자는 1년 전보다 30만명 가까이 줄었다. 여성 임시 일용직과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감소했다. 일시휴직자의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고 이들 중 65.2%는 여성이다.

지속해서 상승하던 여성 고용률은 지난달 1.7%포인트 하락한 55.8%로 같은 기간 남성이 1.2%포인트 하락해 74.2%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개학연기와 어린이집 휴원으로 돌봄 휴가를 사용한 10만명 중 64%가 여성이었다. 돌봄 휴가는 법으로 모두에게 똑같이 10일씩 부여됐다. 정부는 휴가 사용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루에 5만원을 지원했지만 여성의 사용률이 남성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는 지난해 남녀 임금격차가 37.1%로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1위라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임금이 더 적은 여성이 가정의 소득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돌봄 휴가를 사용할 유인이 높다.

하지만 돌봄 휴가를 사용하고 휴직한 여성은 좋은 일자리에서 다시 배제된다. 저임금·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돌봄을 자처하고 다시 그 이유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갈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노동시장 내 여성의 열악한 위치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지만 정부가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용윤신 정치경제부 기자 yony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