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운전대 꽉 잡고 초긴장…‘민식이법 주의보’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5-27 14:34 수정일 2020-06-18 16:21 발행일 2020-05-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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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산업IT부 기자

요즘 운전을 할 때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이라는 글자만 봐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이에 운전대를 꽉 잡고 속도는 10km내외로 줄인 후 양옆을 살피며 거북이 운전을 하게 된다. 그렇게 조심을 해도 갑자기 아이가 뛰어 나와 놀란 적이 있고, 바짝 따라붙은 뒷 차량이 너무 천천히 간다며 경적을 울리기도 하는 등 긴장의 연속이다. 스쿨존을 피해서 안내해 주는 내비게이션 이용자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를 두고 운전자들 사이에선 중범죄자보다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형벌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27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문제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어린이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온 불법 주정차 문제는 달라진 게 없다. 최근 3년간 서울시 스쿨존 어린이사고 244건 중 28.7%인 70건이 주정차 차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가 나서 초등학교, 유치원의 통학로 위에선 어떤 경우라도 주정차할 수 없도록 하는 ‘고강도 스쿨존 안전 대책’을 추진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범칙금과 과태료도 올해 하반기 시행령 개정 후에는 현행 8만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과태료를 올린다고 불법 주정차가 사라질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또 다른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길가에 주차된 차량 뒤에서 키가 작은 아이가 갑자기 나오면 나는 방어 운전을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던 시기인데, “민식이법 덕분에 어린이 사고가 줄었다”는 경찰청장의 말은 현실성이 있나. 민식이법의 입법취지는 살리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한 우려일까.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어린이에 대한 보호는 물론, 국가의 구성원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전자 과실 밖의 이유로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나와선 안 된다.

이효정 산업IT부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