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전의 쑥스러운 흑자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20-05-17 14:39 수정일 2020-06-04 16:27 발행일 2020-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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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기자수첩용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한전이 3년 만에 멋쩍은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공사비 절감 등 재무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국제연료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만들어진 성과다. 국제유가에 따라 한전의 실적 희비가 갈리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한전의 재무상황은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1년 전 1분기 실적만 비교해 봐도 쉽다. 정반대의 결과다. 지난해 1분기 한전은 6299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다. 당시 원전이용률도 향상되며 75.8%까지 높아졌지만 국제 연료가 상승으로 민간발전사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것이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작년 전체적으로 12조27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11년 만에 최대 손실을 본 이유 역시 국제유가가 상승한 결과다.

반면 올해 1분기는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원전이용률은 73.8%로 오히려 작년보다 하락했고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전체 전기 판매 수익도 0.9% 줄었다. 하지만 올 1분기에 43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코로나19와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나온 자연스런 결과다. 이런 이유로 한전은 1분기에만 연료구입비와 전력구입비가 1조6005억원이나 감소했다. 이 같은 기이한 흑자 구조는 한전의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에너지는 안보와도 직결된다. 국내 최대 에너지공기업인 한전이 유가변동에 따라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것은 에너지안보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유가가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직접적인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전은 앞으로 지속적인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어도 한전이 흑자를 달성했다는 소식을 전할 날을 기대해 본다.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