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게 다 황교안·차명진 때문이다?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5-13 13:43 수정일 2020-05-13 13:45 발행일 2020-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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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보수가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총선까지 4연패를 했다. 이로써 대표적인 보수정당 미래통합당은 야당으로 전락하고 지방권력까지 뺏긴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103석(위성정당 미래한국당 포함)만으로 177석(더불어시민당 포함)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게 됐다.

이례적인 패배인 만큼 철저한 반성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남탓을 하며 보수라는 이름 따라 변화도 보수적으로 행했다. 2016년 총선은 공천파동을 탓해 별다른 변화 없이 친박(박근혜)만 득세했고,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감안하면 선방했다 자위했으며, 지방선거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를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여겼다.

이번 총선은 다를까. 선거 막판에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의원에 삿대질을 하고,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의 종로 패배와 리더십 부재, 공천 개입이 문제였다 탓을 돌렸다. 총선을 지휘한 지도부 일원임에도 낙선한 심재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며 황 전 대표를 탓한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개혁에는 더 과감해졌을까. 지금까지는 별 다를 게 없다. 지난 10년간 매년 반복해오던 면책성 비상대책위원회 추진이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반복됐다 대안 없이 불발됐고, 신임 원내대표에 맡기자는 손쉽고 무기력한 결정을 내렸다.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모험은 배척됐다. 8년 공백에 노선변경이라는 파격적 제안을 한 권영세 당선인은 외면되고,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주류 영남의 최다선 주호영 의원에 표가 몰렸다. 죽음과 같은 위기에도 보수적인 통합당. 진정한 보수라고 해야 할까, 보수의 한계라고 해야 할까.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