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온'이 놓친 것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20-05-11 14:11 수정일 2020-05-11 16:45 발행일 2020-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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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페이스가 조잡하다. 상품 찾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달 말 롯데쇼핑이 야심차게 선보인 롯데온에 대한 소비자들의 주된 반응이다. 이들은 복잡하다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7개 유통계열사를 통합한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온라인 기반 모바일 쇼핑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2년여 간 준비해 소비자에 내놨다. 롯데는 롯데온을 앞세워 한국판 아마존이 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직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UI는 사용자와 프로그램 간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앱이 PC보다 화면이 작은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만큼 그래픽 등을 활용한 UI로 직관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롯데온 앱을 살펴보면 한 화면에 글자가 많고 각종 상품부터 행사 등 여러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럴 경우 처리해야 할 데이터들이 많아져 앱 반응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려지게 된다.

이런 실수는 과거 선발업체들이 이미 범했던 것이다. 6년 전 이베이코리아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4명은 상품 설명이 너무 길고 상품 페이지를 띄우는 속도가 느려 모바일 쇼핑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이베이코리아는 앱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실제로 G마켓과 옥션 앱 메인을 살펴보면 그래픽을 활용해 직관성을 높인 것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상품명을 50자 이내로 쓰도록 글자 수를 규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 중 67.3%는 모바일로 이뤄졌다. 향후 언택트 소비로 인한 모바일 쇼핑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온이 직관성을 개선하지 못해 소비자가 떠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 업체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이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