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유 ETN 사태, 모두가 방심했다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0-05-10 15:39 수정일 2020-06-13 21:51 발행일 2020-05-11 19면
인쇄아이콘
2019030301010000295_p1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방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두 달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는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무더기 확진자들이 다시 발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시 길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의 폭발적인 괴리율과 그야말로 전쟁 같았던 투기판도 방심해서 벌어졌다. 우선 투기를 좋아하는 개인투자자들과 ETN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증권사를 방치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롤오버’와 ‘괴리율’도 모른 채 ETN 시장에 달려들었고, 이번 투기판의 주범이 됐다. 증권사 직원들은 개인들에게 ETN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증권 유관기관인 한국거래소도 방심했다. 거래소는 ETN 유동성공급자들(LP)에게 기초자산과 실제가격의 괴리율을 6%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ETN 사태와 같이 괴리율이 폭발적으로 벌어졌을 때 신속하게 처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지 않았다. 단일가매매를 긴급히 도입했지만, 이미 괴리율은 벌어질 대로 벌어진 뒤였다. 따라서 거래소는 ‘뒷북 처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모두가 방심했기에 예견된 사건이다.

개설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시장이라서 ETN 시장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느라 ‘안전장치’를 마련할 시간은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국제유가 폭락이 투자자, 판매자, 유관기관 모두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제도를 다시 한 번 낱낱이 살피지 않는다면, 지금 방심하고 있는 다른 곳에서 또 투기판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