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뿐인 재발 방지에 반복되는 중대산재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05-07 14:58 수정일 2020-05-07 14:59 발행일 2020-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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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고용노동부가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사고와 관련해 원청시공사인 건설업체 건우의 특별감독을 7일부터 2주간 시행한다. 노동부는 특별감독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김용균법’, 즉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원청인 건우가 하청 노동자를 위한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달 비슷한 유형의 노동자 안전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조선사업부 선행도장부에서 야간 작업 중이던 B씨가 자재가 이동하는 빅도어에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닷새 전인 16일에는 특수선 수중함 생산부에서 작업을 진행하던 근로자 B씨가 유압 작동문에 끼여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다가 27일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발생했던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까지 포함해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3월 약 50여명의 부상자를 낸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폭발사고는 두 달이 지난 현재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년여 전 이맘때에도 산업현장에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수첩을 작성했다.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주체가 바뀌었을 뿐 똑같은 내용을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에서는 ‘대책 마련’, ‘재발 방지’, ‘안전경영 우선’이라는 어휘를 반복하지만 이렇게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한다는 기업들의 노력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중대 산재를 낸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