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운동 필승의 조건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20-04-27 14:36 수정일 2020-06-28 23:25 발행일 2020-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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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기자는 얼마 전 증권사 주식거래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이 장애를 일으켰다는 뉴스를 서비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자 국내외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다. 며칠 새 시가총액 3분의 1이 날아갔다. 짧은 기간 주가가 폭락하자 반대로 또 금세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평소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주식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한국 주식 파는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개인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여러 증권사 MTS가 마비됐다.

재미있는 점은 이 배경에 카카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계좌 개설 행사를 했다. 카카오뱅크 통해 증권사 계좌를 만들면 수수료를 안 떼어가겠다거나 현금·주식을 뿌렸다. 이렇게 사용자가 급증하자 MTS가 말썽과 복구를 되풀이했다. 수차례 먹통이었던 키움증권이야 개인 고객 많기로 유명한 증권사다.

동학개미운동의 또 하나 특징은 학습 효과다. 본질적인 기업 가치가 깎인 게 아니라면 잠깐 충격을 받은 뒤에는 반드시 주가가 치고 올랐다는 사실을 수없이 봐왔다. 그래서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믿고 사는 스테디셀러 삼성전자다.

이쯤 되면 동학개미운동 필승 전략이 보인다. 주식을 사더라도 카카오를 통하고, 코로나19 탓에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돈 쓰느라 서버를 늘리고, 삼성전자 같은 1등 회사 주주가 된다. 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바뀐 세상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몽땅 잃을 위기에 처한 원유 파생상품 붙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