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패션업계 위기의 책임은 누구 몫인가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0-04-12 16:22 수정일 2020-04-12 16:24 발행일 2020-04-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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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이사회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 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

지난 2일 유니클로 직원들은 메일함을 열어보고 두 눈을 비벼봤을 것이다. 메일의 내용은 구조조정, 발신자는 회사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 이 사건은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의 배우진 대표가 인사부문장에게 보내야 할 메일을 전 직원에게 실수로 전송하면서 벌어졌다. 유니클로 측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뒤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신자와 수신자가 다름 아닌 회사의 대표와 인사부문장인데다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돼온 불매운동과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감소가 일어난 상황에서 회사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직원은 없었다.

유니클로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에 국내 패션기업 신성통상에서도 구조조정 신호탄이 울렸다. 외국 기업 유니클로가 한국의 내수 침체에 영향을 받았다면 국내 기업 신성통상은 선적만 기다리던 수출 제품이 모두 주문 취소되며 수출본부 직원 3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했다. 이 중에는 입사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입사원 7명도 포함됐다. 회사는 근무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한 이들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입사 7개월 만에 월급봉투가 퇴직금으로 바뀐 이들의 심정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소연할 곳이 절실했던 이들은 ‘한국 의류벤더 섬유 산업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국가의 전산업이 줄도산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정부가 패션업계까지 신경 써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입사원이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패션업계에서 임원진이 급여를 반납한 곳은 여전히 LF 한 곳뿐이란 사실도 정부의 도움이 우선인지 회사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우선인지를 묻게 된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