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랑 끝’ 항공업계, 잔인한 死월

이효정 기자
입력일 2020-04-09 15:25 수정일 2020-06-18 16:42 발행일 2020-04-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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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이효정 산업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하늘길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항공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의 90% 이상이 날지 못한 채 지상에 발이 묶여있지만, 리스비(항공기 임차비용)나 주기료(항공기 주차비용) 등 고정비는 계속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일찌감치 ‘셧다운’을 선언했다. 2월에는 기존 월급의 40%만, 지난달부터는 아예 월급을 주지 못한데 이어 직원의 5분의1 수준인 300명 가량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 마저 이달 16일부터 6개월간 직원 휴업을 결정했다. 휴업 규모는 국내 전체 인력의 70% 가량이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항공산업을 육성하고 인천국제공항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공항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이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도 정부의 지원책은 ‘면피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항공업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조건을 달지 않는 해외 사례랑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경우 금융지원, 세제 감면 등 항공업계 최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독일은 루프트한자 등 자국항공사 대상 무한대 금융 지원을 결정했고, 중국은 노선별 보조금과 민간항공개발기부금 납부를 면제하는 등 항공업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간산업 지원안은 지난 8일 4차 비상경제회의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했다. 정부가 경제위기 때 기업·노동 정책의 최우선 순위인 ‘일자리 유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4월은 국내 항공사에게 유독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항공은 타 산업과 비교해 산업기반 구축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붕괴됐을 경우 회복이 더욱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우선 순위는 있다. 정부는 최소한 국가기간 산업은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효정 산업부 기자 hy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