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두산重 위기, 정책 탓인가 무능 탓인가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20-04-01 14:29 수정일 2020-04-01 17:03 발행일 2020-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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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기자수첩용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두산중공업이 위기다. 다수의 보수 언론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원인을 찾고, 시민단체나 정부는 경영의 실패라고 말한다. 진단이 다르다. 경영의 실패일까. 정부 정책의 실패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양측 주장 모두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탈원전 탓이라는 이유는 이렇다. 두산중공업은 2016년만 해도 매출액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우량 기업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 와서 급속한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올해 갚아야 할 빚만 해도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게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한 결과, 약 8조원의 매출 손실로 이어지면서 급격하게 부실화 됐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의 오판도 짚어야 한다.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해외석탄발전과 국내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경영악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두산의 원전사업 비중은 15%,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70~8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2015년 이후 석탄발전의 물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국내외 시장과 정책의 변화를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원전과 석탄발전 산업을 고집하면서 화를 키웠다. 또한 두산건설 부실을 떠안은 것도 부실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시간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1조원 규모의 대출약정에 나서면서 급한 불은 껐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신사업 확대로 방향이 정해졌다. 가스터빈, 신재생에너지, 수소, 3D 프린팅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사업들이 본격적인 매출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탈원전 정책에 의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건설 재개가 필요한 이유다. 한쪽 주장에만 힘이 실리면 시야가 흐려진다. 정부와 두산의 냉정한 통찰력과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