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드러낸 ‘욕망의 대마불사’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20-03-29 13:51 수정일 2020-03-30 11:53 발행일 2020-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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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보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은 헌정 사상 최초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채 치러진다. 정당 득표와 총 확보 의석수를 연동하는 제도로, 득표율만큼 지역구로 채우지 못한 의석을 비례대표로 충당해주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 비율이 높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를 배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당초 거대양당이 기득권을 가진 지역구에서 선거를 뒤집기 힘든 소수정당이 얻은 표만큼의 의석을 배분받기 위함이었다. 소수정당들이 ‘민주당 2중대’ 소리를 참아내며 민주당 편에 선 이유다. 하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은 ‘손해를 참지 못한’ 민주당에 의해 기존 선거제에 연동형비례대표제의 특징을 ‘가미’한 수준으로 떨어진 채였다.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으로 변함없었고 이 중 30석에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것이다.

민주당의 간계에 색이 바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이를 반대해온 통합당의 비례대표 확보용 위성정당에 아예 빛을 잃었다. 정당 득표를 넘는 지역구 의석이 비례대표 배출을 막으니,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는 정당을 마련한 것이다. 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자리를 잡자 범여권, 특히 소수정당들은 피를 토하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를 막을 방도가 없자 ‘손해를 참지 못한’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비판해왔던 체면도, 범여권 정당들도 팽개치고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다. 소수정당 및 시민단체가 창당을 주도했다며 일말의 명분을 억지로 붙잡았지만 실상은 공천 전반을 민주당이 좌지우지했고, 이에 주도한 이들이 오히려 이탈하는 사태마저 벌어져 구차한 체면도 못 서게 됐다. 한 술 더 떠 민주당 낙천 인사들이 모인 열린민주당에도 연합 가능성을 열어두며 민주당은 사실상 2개의 비례정당을 가지게 됐다.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인해 흘러온 그간의 사태는 욕망도 ‘대마불사’라는 걸 보여준다.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발로인 거대양당 사이에서 자립하려는 소수정당의 작은 욕구는 민주당의 갑질에 깎이고, 통합당의 꼼수에 꺾였으며, 다시 민주당의 배신에 바스라졌다. 거대양당의 ‘거대욕망’이 이번 총선에서 투표로 꺼질 수 있길 바라본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