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장기표의 정치혁명> 장기표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0-01-07 07:30 수정일 2020-05-29 11:27 발행일 2020-01-0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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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종북’·보수의 ‘종미’,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장기표

< 총평 >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하는 진보의 거두였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와 보수를 함께 비판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민주시장주의’를 내세워 독자적인 정치활동을 해 가고 있다. 자신의 지난 궤적과 현재 한국 정치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이 책에서 그는 진보의 ‘종북(從北)’도 나쁘지만, 보수의 ‘종미(從美)’도 나쁘다고 일갈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민주화 운동가가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운동권 경력이 약한 탓에 그들에 끌려가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민주노총에 대해선 ‘기득권 귀족노조’라며, 노동운동의 대의인 노동해방이나 노동자계급의 권익보장은 외면한 채, 자기들 노동기득권층의 자본주의적 이기심을 충족시키는데 매몰되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민주노총의 횡포를 제압하지 못하면 경제도 망치고, 문재인 정부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장기표식 민주시장주의란?

* ‘걱정없는 나라, 살맛나는 국민’ - 장기표가 건설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인간으로서 기본 생활은 걱정 없는 나라, 의식주와 의료·교육 걱정이 없는 나라,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나라, 자아 실현의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나라, 양심대로 살아서 손해보는 일이 없는 나라다.

* ‘장기표식’ 주요 정책 - 1) 기본생활 보장 - 차상위계층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한다. 노인과 장애인에 매월 50만원 기초연금 및 장여연금을 지급하고 공공할부주택을 대량공급한다. 2) 시장경제 원리 경제운용 - 장기근속 고임금 직원 해고 또는 임금삭감을 허용한다. 노사 자율의 임금 체계를 도입하고, 파업권은 보장하되 대체인력 고용도 허용한다. 민주노총을 해산하고 탈원전 정책은 폐기한다. 3) 조세제도 개혁 - 공제제도와 기부금 성금 등 준조세를 폐지한다. 연 소득 10억원 초과 소득세율은 70%로 상향하고, 법인소득 1조원 초과시 법인세율도 50%로 높인다. 상속세와 증여세 1000억 초과시 세율도 80%로 올린다. 4) 정치개혁 및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 - 국무위원 및 장관 절반을 야당이 추천토록 한다.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직자와 공기업 입원 월급을 근로자 평균임금(2019년 330만원)으로 책정한다. 국회의원 수를 축소하고 보좌관도 2명으로 제한한다, 정당국고보조제도를 폐지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시 국회동의를 못 받으면 임명이 불가하도록 한다. 전관예우 척결을 위해 검사와 판사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불허한다. 5) 대통령 권력독점 방지 - 권력분산형 정부통령제와 1구 3~4인의 중선거구를 채택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고, 청와대 직원을 현재의 500여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다. 6) 국방력 강화 - 단기복무자를 현재의 45만명에서 20만명으로 감축하고, 장기복무자를 현재의 15만명에서 30만명으로 확대한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9.19남북군사합의는 폐기한다.

* 장기표의 ‘민주시장주의’ -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신자유주의, 시회민주주의 등은 자아 실현을 이룰 수 있는 이념이 아니라며, 저자는 민주시장주의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이념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체제에서는 시장경제를 채택하되, 시장을 고려해 시장의 한계를 드러내는 독점이나, 사기, 환경, 보건, 안전, 분배 등에 관한 문제에는 국민의 합의에 기초해 민주적통제를 가하는 이념이다. 창의성과 근면성의 발휘를 촉진하고 자원의 적정한 배분이 이뤄지게 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에 가장 중요한 자유(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뿐만아니라 노동의 자아실현 곧 보람노동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평가

* 한계 드러낸 소득주도성장 - 현실적으로는 임금을 인상하는 데 그칠 뿐, 저소득층 가계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소득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기득권층에 속하는 취업노동자의 임금소득은 증대하나, 최저임금 전후의 저임금노동자 등은 그나마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해법으로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기반으로 한 무소득자 소득 보장’을 강조한다. 그러려면 고액 연봉 노동자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공근로 등 사회적 일자리를 많이 공급해 노인과 실업자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수급자 요건을 완화해 차상위계층도 수급자가 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실업수당의 지급기간을 늘리거나 국민연금의 지급시기를 앞당기는 등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말한다.

* ‘부자 노조’ 민주노총 - 민노총 조합원의 평균 연봉은 7400만원(월급 기준 620만원)이다. 자동차 금융 전자 정유 언론 등의 평균 연봉은 1억원 가량에 이른다. 우리나라 노동자 전체의 평균임금은 연봉 3990만원(월급 330만원)에 불과하다. 2018년에는 최저임금 153만원 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가 311만명이다. 노동자 5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이 구매력 평가기준으로 미국 4736달러, 일본 4079달러, 프랑스 5238달러인데 비해 한국은 6097달러에 달한다. 5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1인당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5~9인 기업의 임금은 미국이 64.8, 일본이 72.6, 프랑스가 63.4인데 한국은 48.3에 불과하다.

* ‘망국 10적’의 제1호 민주노총 - 민주노총 조합원은 101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1956만명의 5%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노동자 대표로 참여시키는 것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청년실업률이 9.5%나 되는데도 민노총 조합원들은 철밥통을 꿰차고 해고를 모른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을 최대의 이기적 기득권 집단이라 부르는 이유다. 소득 양극화 내지 임금격차는 민주노총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 노조들이 노동의 유연성을 거부하고 일자리 세습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때문에 저임금이 상존하고, 비정규직이 없어지지 않으며,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항변한다. 자기 희생 없이 전태일 정신 운운하며 전태일을 자기 정치화에 이용해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익집단을 넘어 최고의 권력기관이 되었다고 질타한다. 민주노총의 횡포를 제압하지 못하면 경제도 망치고, 문재인 정부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동운동의 대의인 노동해방이나 노동자계급의 권익보장은 외면한 채, 자기들 노동기득권층의 자본주의적 이기심을 충족시키는데 매몰되어 있다고 맹비난한다.

* 교육 붕괴의 주범 ‘전교조’ - 촌지 안받기와 참교육을 기치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온갖 반교육적 황포와 시대착오적 좌편향 이념교육으로 교육붕괴의 주범이 되어 버렸다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이들은 6.25 전쟁을 통일전쟁이라 하고, 북한 핵무기는 남한 공격용이 아니며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된다고 가르친다. 교사의 정상적인 학생지도를 학생 인권 유린으로 규정하는 가 하면, 전교조 교사들이 교과서와 참고서 집필 독점하다시피 해 이권을 챙기고, 전국에 지부 두어 활동하면서 노동조합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집필자 도장을 몰래 찍어 교육부 교과서 정책과장과 교육연구사가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내용을 제 입맛대로 수정하다 걸렸는데도, 해당 공무원을 해외로 빼돌리고 불구속 기소 사건 종결하려 했다고 고발한다.

◇ 보수 진보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 보수세력의 ‘종미’도 진보의 ‘종북’ 만큼 나쁘다 - 오늘의 한국 보수는 대한민국보다 미국을 더 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저자는 제기한다. 진보세력이 종북하도록 만든 데는 보수세력의 역할이 대단히 컸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군사독재세력 내지 수구냉전세력이 소위 ‘좌파용공 조작’을 한 것이 허다했다고 지적한다. 독재와 인권유린을 옹호한 사람들이 북한의 독재와 인권유린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겠느냐며 질타한다. 태극기 부대들이 미국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보수세력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문재인 정권 퇴진에 광장히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대한다. 문재인 정권을 끝내려면 소위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이 반 문재인 투쟁에 동참해야 하는데 성조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중국도 지지할 것 -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장애가 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의 국가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특히 북한이 미국 편에 설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무가 보유를 용납할 수 없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래서 중국은 남한과 협력해 북한을 고립시키면서 남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도록 해서 통일된 한반도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화담에서 확인된 사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남북한 통합의 기본 원칙은? - 북한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변화 발전시키는 데 지켜야 할 기본원칙들을 저자는 제시한다. 첫째, 통일되더라도 금방 통합해선 안되며 3년 정도 북한 사회를 남한과 분리해 관리 운영할 필요가 있다. 휴전선을 유지하면서 당국 허가 하에 왕래토록 해야 한다. 둘째,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포함한 생필품을 최대한 공급해야 한다. 먹고 살 것이 없어 남으로 탈출하려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남한 자본이 북한 산업을 대부분 접수토록 해선 안된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를 포함한 자원 및 노동력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산업이 재건되어야 한다. 넷째, 북한 최고위층은 본인 의사대로 망명을 허용한다. 북한 지배층 인사들에게 일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되 특권적 지위는 박탈한다. 다섯째, 남북한 실질 통합 때 까지는 현재의 북한 정부기구를 그대로 유지하되, 일체 정치활동은 금지한다. 여섯째, 휴전선 비무장지대는 종합적인 발전전략 수립 전 까지는 그대로 두고 한반도를 생태공원화한다. 일곱째, 국유 재산을 국민들에게 불하해 개인소유로 하고, 토지는 상당기간 공유제하되 사용권을 개인과 기업에 임대한다. 1945년 이전의 소유권과 북한 권력자의 현재 소유권도 무효화한다. 통화는 약 6개월 동안 남북한 화폐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후 남한 화폐로 통일한다.

◇ 인간, 정치인 장기표는?

* 김대중에 대통령 후보 양보 촉구 - 저자는 198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에게 ‘민주와 자주, 민중을 사랑하는 자만이 후보를 양보할 수 있다’는 제목으로 후보 양보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저자를 출소 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한다. 김대중이 1988년 9월 올림픽 직전에 평민당 총재 신분으로 저자를 접견했으나, 87 대선 때 그가 주장했던 ‘4자 필승론’을 들어 면박을 주었다고 전한다. “망국적 지역감정에 기초해 제1야당 총재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냐”며 “평민당을 해체하든가 평민당 총재직을 사임하라고 면전에서 촉구했다”고 적었다.

* 보수보다 훨씬 더 ‘반북’이라는 장기표 - 복역 햇수만 9년에, 수배되어 도망다닌 햇수는 12~13년이다. 살아온 길만 보면 친북좌파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정반대라는 평가다. 일각에서 변절자라고 하지만 본인은 진보지식인의 초심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는 우리 진보진영이 3대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한다. 학생 콤플렉스, 노동자 콤플렉스, 그리고 북한 콤플렉스가 그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따라간다는 것이다. 요즘 진보 진영의 ‘좌편향’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가가 아니다? - 저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학생 데모를 잠깐 했을 뿐, 그 이후로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3.1절 기념사에서 뜬금없이 빨갱이를 얘기하고,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를 언급하고, 현충일 추념사에서는 6.25 전사자 유족이 있는 자리에서 김원봉을 거론한 것에 비판 수위를 높인다. 지지세력 규합을 위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분노한다. 저자는 1984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을 조직하려 전국을 돌 때, 학생운동 전력이 있다는 문재인 당시 변호사를 소개받아 함께 일 할 것을 권했으나 “이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당했다며 “그런 분이 이제 와서 민주화 운동을 전매특허 낸 것처럼 해선 안된다”고 질타한다. 운동권 경력에 밀리는 바람에, 정부 부처마다 적폐청산 기구나 과거사위원회 같은 것을 줄줄이 설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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