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 은행장' 가로막는 이유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20-01-06 14:02 수정일 2020-01-06 14:03 발행일 2020-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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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오늘 아침 출근 도중 발길을 돌렸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윤종원 은행장이 지난 금요일 출근이 가로막힌 이후 부담을 느껴 오늘 출근하던 도중 그냥 돌아간 것 같다”며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출근 저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 사건으로 금융권 인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난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권고안’을 발표했었다. 당시 혁신위원장은 윤석헌 현 금융감독원장이 맡았었다.

권고안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금융업 관련 경험 5년 이상’과 같은 금융지주회사 회장 자격요건 추가 등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확보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채용절차 공정성을 위한 대대적인 손질 작업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업은행장 선임 절차를 보며 금융공공기관 인사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행장 자리가 공석인 채로 며칠이 흘렀다. 뿐만 아니라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데도 청와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까지 업계에서 거의 확실시되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의 임명은 기업은행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금융 관련 이력이 부족한 인물을 정부가 행장으로 세우려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신임 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외부인사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청와대가 합리적인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금융공공기관장 임명에 있어서도 상식과 설득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