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주택자 희망 빼앗는 서울 아파트값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20-01-05 14:19 수정일 2020-01-05 14:22 발행일 2020-01-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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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진 사회부동산부 기자

최근 2~3년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서울에서 전·월세 등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무주택자들은 이젠 대출도 막히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아파트값이 올라 버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을 지켜만 봐야하는 무주택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그에 따라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다. 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53% 올랐고, 강남구는 68% 올랐다. 평균수치야 그렇다 치고, 재건축 단지와 신규아파트만을 놓고 보면 피부로 느끼는 오름폭은 2배 이상이다. 최근 나우앤서베이 패널 14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에게 ‘2019년 한 해 당신을 가장 슬프게 한 것은?’이라고 질문한 결과 ‘부동산 가격 상승·부의 양극화 심화 (15.77%)’가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이어 ‘2020 새해 당신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소망은?’에 대해서도 ‘내 집 마련 (17.04%)’이라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답을 했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일정 소득이 있고 열심히 일을 하면 장기적으로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일해도 도저히 집을 살 수 없는 절망스러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즉 크게 집을 ‘가진 계급’과 ‘못 가진 계급’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

만약 서울 집값이 소득 수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發 사회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지금같이 노동이 들어가지 않은 불로 소득자를 대거 양산한 것은 정부 정책의 잘못된 결과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 원리를 무시하는 정책으로는 집값을 도저히 잡을 수 없다.

이연진 사회부동산부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