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당의 자존감 회복과 비례한국당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19-12-30 13:41 수정일 2019-12-30 13:44 발행일 2019-12-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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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원내대표를 교체했다. 선택받은 건 한국당의 ‘자존감 회복’을 강조한 김재원 정책위의장의 러닝메이트인 심재철 원내대표다. 심 원내대표가 본래 ‘황심(황교안 대표의 의중)’이었다, 혹은 ‘반황(황 대표에 반대)’의 발로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김 의장이 정견발표가 의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김 의장은 본인이 탄핵정국과 이어지는 적폐수사에 시달려 자살까지 생각하며 투명인간처럼 위축됐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리 당이 쇄신하더라도 우리 스스로를 존중해야 국민들도 우리의 말을 존중한다”고 역설했다. 즉, 반성한다며 위축되지 말고 자존감을 회복하자는 의미다.

이에 한국당은 자존감이 충만해졌는지 올해 최대 쟁점이었던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저지하는 데 똘똘 뭉쳐 회의장 점거 등 물리력을 동원하고, ‘비례한국당’이라는 과감한 대응책도 서슴없이 내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난 4월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으로 인한 검찰 수사를 의식해 몸을 사리고, 비례한국당에 대해 역풍을 걱정하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선거법은 저지하지 못했고, 그 대비책인 비례한국당도 반대가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선거법 투쟁 격화에 쇄신론이 묻히자 흩어진 보수세력들은 한국당이 변화가 없다며 질타를 쏟아내고 서로 자신이 대안이라고 나서고 있다.

비례한국당의 위력이 크다는 전망은 어디까지나 지난 총선 당시 수준의 득표가 적용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그 시절만큼 표를 모을 수 있을까. 선거법 개정으로 유권자로 새로 편입되는 만18세 이상 청소년들까지 더해져 부풀어 오른 부동층이 자존감 회복이라는 ‘정신승리’에 갇힌 한국당을 택하고, 비례한국당에 힘을 실어 줄지 회의적이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