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산업 옥죄는 '소통없는 규제'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19-12-23 14:22 수정일 2019-12-23 14:23 발행일 2019-1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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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양길모 기자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대형마트를 규제해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 살려야 한다.’, ‘백화점 업계가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하던 세일을 규제해야 한다.’, ‘친환경 필환경 시대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 

최근 유통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규제’다. 지금 당장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일부 규제는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한때 ‘유통공룡’이라 불리우던 대형마트는 2012년 당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이 도입된 후 급격히 성장세가 꺾였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수혜를 받을 것 같았지만 정착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는 이커머스 업체의 덩치만 키우고 키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는 25일 시행되는 재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활용 취지는 공감하지만, 맥주 페트병의 경우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바꿀 경우 빛이 바로 투과돼 맥주 변질 우려가 있다. 환경부와 업계 모두 12월 말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결과가 나온 후에 규제에 나서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밖에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폐지도 장바구니 사용 독려를 위해 추진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일방적인 규제가 아니라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업계나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 및 규제를 마련한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통 없는 규제보다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유통산업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정부를 기대해 본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