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꼰대를 지워야 조직이 산다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12-22 15:11 수정일 2019-12-22 15:11 발행일 2019-12-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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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기업들의 송년·신년 행사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전에 없던 파격적인 방식을 택한 곳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온라인 영상메시지로 오프라인 시무식을 대체한 구광모 LG 회장과 임원 송년회에서 원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첫 직장 대리 3년차에 신입사원을 맞은 적이 있다. 입사 첫날부터 정시 퇴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업무시간이 끝난 뒤에 뭐라도 배우러 와주길 바랐다.

딱히 그를 나무라진 않았다. 습관처럼 따라왔던 체계가 뒤틀리면서 어색함과 억울함 등 부작용이 찾아왔지만 조용히 추세에 따르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한국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문화는 여전하다. 올 상반기 인크루트가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직장 내 ‘꼰대’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4050 꼰대를 답습한 2030 젊은 꼰대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몸 하나에 머리가 두 개 달린 불교경전 속 상상의 새가 서로를 질투하다 목숨을 함께 하지 못하고 공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좌우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소통의 기회를 잃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나타낸다.

이는 정치 관련 이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기업 조직에서도 오랜 기간 상급자와 조직 구성원 간 갈등은 이어져왔다.

2020년에는 공명조의 두 머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 미래 세대가 지닌 사고방식에 손가락질하지 말자. 추리닝 입고 강단에 선 사장님에게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