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회사인가, 외국 회사인가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9-12-18 14:21 수정일 2019-12-18 14:21 발행일 2019-1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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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진기자수첩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웰스테크 플랫폼(Wealth-Tech Platform)’ 기업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테크놀로지 서포트 센터(Technology Support Center)’로서 아이티(IT) 트렌드를 리딩하겠다. 고객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본시장에 쉐어드 서비스(Shared-Service)를 구축하겠다.” 정지석 코스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연말을 맞아 기업들이 새해 계획을 하나둘 내놓고 있다. 이런 표현을 단번에 알아들을 소비자가 몇이나 있을까.

웰스테크를 자산 관리라고 하면 어땠을까. 테크놀로지 서포트 센터를 기술 지원 센터라고 부른다면. 아이티(IT) 트렌드를 리딩하고 싶다면 정보기술 경향을 이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디지털 포메이션은 디지털 전환으로, 쉐어드 서비스는 공유된 서비스로 고치는 게 이해하기 쉽다.

코스콤 관계자는 “기술 부문에서는 우리말로 바꾸면 그 분위기가 나타나지 않는다”더라며 실무진 뜻을 전했다. “제조업과 다른 IT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안 그래도 금융투자업계에는 복잡한 용어가 많다. 외국에서 시작된 제도를 그대로 갖다 쓴 탓이다.

은행들과 다른 움직임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차주’를 ‘대출 신청한 사람’, ‘실명확인증표’를 ‘신분증’, ‘익일’을 ‘다음 날’로 순화했다.

어려운 용어는 전문가 집단을 만든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낳는다. 모르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 말해주는 대로 믿는다. 불완전 판매로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떠오른다.

유혜진 금융증권부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