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종이책의 시대는 과연? #북튜버 #웹소설 #노재팬 '화두'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9-12-18 07:00 수정일 2019-12-18 08:27 발행일 2019-12-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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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문화계 결산 ③출판계 빅이슈] 가벼운 읽을거리 여전히 강세...반일감정과 블랙리스트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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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지난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3살 이상 한국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7.3권이었다. 10년 전(2009년)과 비교해 독서율은 11.5%포인트, 평균 독서량은 3.5권 줄었다. 책의 유통 구조뿐 아니라 출판 기술이 발전하면서 출판 환경 또한 급변하고 있다. 

시장을 압도할 만한 작가나 저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실용서적이나 에세이 등 가벼운 읽을거리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열풍과 ‘반일’ 분위기에 따른 일본 제품 거부 현상은 출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2019년 출판시장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e-Book, 그 중 웹소설의 폭발적인 성장과 ‘큰 손’된 북튜버

소설가 조남주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설 출간 종수는 2015년보다 30%가량 줄어든 6928종을 기록했다.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올해 동명의 영화 개봉에 대해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누구나 예측 가능한 사실이지만 종이책의 황금기는 이제 소설 속에나 존재한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는 전자책 분야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 하반기에 영화 개봉에 맞춰 다시 한번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3위는 브런치의 히트작 ‘90년생이 온다’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호재를 타고 전자책의 인기 또한 급상승했다.

전자책은 전체 출판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낮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와 단말기 매출 규모를 보면 2013년에는 100억원 미만이었지만 2014년 54%의 증가 추세를 보였고 2015년 14%, 2016년 80%의 성장세를 보였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전자책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종이책보다 모바일에 익숙한 Z세대가 주요 소비층이 됐을 때를 대비해 다양한 시도 중이다. 아직은 대체재보다 ‘보완재’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혼밥’ ‘혼술’ 등 각종 용어를 탄생시키며 1인 가구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서비스들이 모바일 채널을 통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SNS 채널을 통한 개인 간 소통 또한 커지는 가운데 개인동영상 채널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북튜버’(북+유튜버) 1인 미디어 시장이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재혼황후
2018년 11월,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조회 수 1800만회를 기록한 ‘재혼황후’.(사진제공=네이버)
특히 웹 소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100억원 규모에서 2018년 약 4000억원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웹소설 시장규모 4000억원을 종이책으로 환산하면(권당 1만 3000원 기준), 약 3000만권에 이른다. 교보문고 판매데이터와 시장점유율로 추산한 올 한해 종이책 소설 판매권수 약 1200만권의 약 2.5배에 달한다.

웹소설 업계 1위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일 거래액 1억원을 넘어선 이후 4년만에 10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9월 하루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지난 9~11월 이용자 연령층을 보면 2030이 전체의 61.0%(20대 35.5%, 30대 25.5%)를 차지했다. 이어 10대가 15.5%, 40대 이상은 23.8%에 불과했다. 카카오페이지의에서 누적 매출액이 1억원을 넘어선 작품은 1400여개에 달한다.

웹소설 ‘달빛조각사’는 판매 부수 600만부를 넘기는 인기를 얻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선보였다. 네이버는 최근 웹소설·웹툰 플랫폼 ‘시리즈’를 독립시킨 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재혼황후’는 연재 1년만에 20억원을 가볍게 넘어 국내 최고 인기 웹소설로 등극했으며 수애를 내세워 TV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

책이 유튜브 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면서 도서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많은 출판사들이 유튜브 채널을 시작해 영상을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와 협업해 콘텐츠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 인기 유튜버가 소개한 책들이 절판된 책을 재출간하게 하는가 하면 베스트 셀러순위에 오르고 있다. ‘클루지’ ‘정리하는 뇌’ ‘연금술사’ 등이 북튜브의 소개로 판매가 급상승하기도 한다.

◇반일 감정과 가벼운 읽을거리가 출판계에 남긴 것
편의점 CU, 인기 캐릭터 펭수 다이어리 한정판매
펭수의 어록과 자작곡 등이 담긴 다이어리는 1만부 한정으로 판매된다. (연합)

에세이와 실용 서적이 잘 팔리는 추세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주요 업체의 연간 판매 10위 이내 베스트셀러 면면을 보면 업체마다 순위는 조금씩 달랐지만 ‘여행의 이유’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3권의 에세이가 공통으로 포함됐다. 

유명 연예인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팽수의 인기도 이를 증명한다. 예약 판매 개시와 함께 화제를 모으며 올해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오른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가벼운 읽을거리 선호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후폭풍은 여전히 거셌다. 2017년 7월부터 1년 가까이 활동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관계자가 ‘2016년 찾아가는 중국도서전’ 위탁도서 중 5종의 배제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미 출판계에 의해 형사고발이 됐지만 해외 문화원에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직접 조사도 받지 않았다.

이에 올 초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출판단체 13곳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자 문책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블랙리스트 행위 자체는 지난 정권의 일이지만 그 불법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은 온전히 현 정부와 문체부의 책임 아래 이루어진 일”이라며 “미흡한 진상조사로 인해 관련자들을 박근혜 등 일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희생자로 책임을 회피시켰으며 관련 수사의뢰자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했다.

‘반일’감정은 지난 7월 이후 여전히 문화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울시는 치욕스러운 역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추모하기 위해 기억의 터를 만들었다. (사진제공=서울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반일’ 움직임은 출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7월부터 우리 사회 전반에 불어온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는 출판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우선 시장상황에 민감한 실용서 분야, 특히 여행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해마다 여행 분야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일본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일본여행 관련도서는 판매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행 분야 베스트셀러 20위 내에서도 작년에는 일본 여행서가 6종이 올랐던 것에 비해 올해는 ‘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딱 1종만 턱걸이로 19위에 올랐다.

외국어 분야에서도 여러 언어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판매를 보였지만 일본어 관련 도서만 -16.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측은 “일본소설의 추락을 전적으로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다”며 “일단 전체 소설 분야가 올해 -10.3%로 역신장세를 보였고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상반기에도 이미 일본소설 판매가 -22.8%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어느 정도 예견된 추락이었다”고 전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