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짐 로저스의 일본에 보내는 경고> 짐 로저스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2-17 07:30 수정일 2020-05-29 11:33 발행일 2019-12-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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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야 사는 일본 … 그러나 변할 마음이 전혀 없어보이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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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유난히 한반도의 미래에 낙관적이다. 남북 통일의 필요성과 가치, 그 미래에 관해 일관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통일대박’에 가까운 믿음이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선 유난히 부정적이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선 “터무니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만들고, 불필요한 곳에 돈을 쏟아 부었다고 맹공을 퍼붓는다. 그는 2018년 가을에 자신이 갖고 있던 일본 주식을 모두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일본의 쇠퇴, 나아가 소멸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뼈아픈 충고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막대한 재정 적자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는, 일본은 향후 30년 뒤 차마 상상할 수 없을 범죄와 폭동의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쇠퇴하는 일본…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베의 실정

* ‘길을 잃은 경제대국, 쇠퇴의 길 걷는 일본 - 저자는 일본이 막대한 재정적자와 저출산 고령화라는 근본적 문제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그 끝은 파멸이라고 경고한다. 일본인들은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는 않는 듯하다며 안타까와 한다. 아이도 낳지 않고 이민자도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은 결국 지금 일본 아이들 세대의 파멸을 맞게 될 것이라며, 만약 자신이 일본에 사는 열살 짜리 아이라면 하루빨리 일본을 떠날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는다.

* 내부로 좀먹어 들어가는 일본 - 재정수지 균형을 이루는데 실패한 일본 정부는 부채 상환을 위해 공채를 계속 발행하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내부에서 좀먹어가는 상태.다 지금은 마음대로 국채를 발행하고, 사 줄 외국인도 있지만 더 이상 국채가 팔리지 않으면 정부는 부득이 금리를 올려야 하며, 이 때 일본은 높은 금리로 인해 더욱 증가한 부채와 마주해야 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일본 국채 살 돈으로 차라리 러시아나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말한다.

* 아베 총리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오판 - 아베 정권은 엔화 가치를 낮추려 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20년 후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고, 미국 달러는 물론 한국 원보다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나라의 자국 통화는 예외 없이 가치가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예전의 일본과 달리 비즈니스로 외화를 벌어들이기 보다는 지폐를 찍어내 일본을 구제하려고 한다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주가는 상승세를 탔지만 그 대가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결국 물가가 올라 고령자와 청년들은 오히려 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일본 주식을 모두 팔았고, 이를 포함해 일본 관련 자산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 아베가 바라는 것은 오직 ‘체제유지’ 뿐 - 아베노믹스의 첫번째 화살인 ‘금융완화’는 일본 주가를 밀어 올리고 통화가치는 떨어트리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화가치 절하정책이 중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킨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번째 화살인 ‘재정 출동’도 터무니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재정적자를 끌어안고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와중에 불필요한 공공사업에 공적자금을 쏟아붓겠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까지 말한다. 아베 자신과 자기들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그의 최우선 행동강령이며,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지금의 청년 세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도쿄올림픽이 일본 쇠퇴 앞당길 것 - 역사적으로 올림픽이 국가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준 선례는 없다고 말한다. 일부 사람에게 단기적으로 수입을 얻게 한 적은 있어도 나라 전체를 구제한 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도쿄 올림픽 때문에 일본의 부채는 한층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칫 일본 청년들의 강한 분노와 불안감을 노출시킬 지도 모른다며 우려한다.

◇ 변해야 사는 일본… 초심으로 돌아가야 산다

* 이민자 차별 없애야 -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최근의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이민자 출신들이 세웠다. 이민자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어 저출산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이민자는 또 용기와 능력,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 혹은 절박함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며,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본은 UN이 2018년에 ‘재일 외국인에 대한 직업 차별, 주거 차별, 교육 차별 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21세기인 지금도 차별의식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9년 4월에 특정 기능을 취득한 외국인 노동자에 한해 5년간 최대 34만 5000명, 연간 7만명 정도를 받아 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주목을 끈다. 외국인에게 일본 학교부터 개방하고 이들과 연관된 비즈니스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만, 싱가포르처럼 단기간에 너무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 균형을 잃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 일본, 품질 지상주의로 돌아가야 - 과거에 모든 최고의 품질은 일본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온 품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생산성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일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품질을 포기하고 저가격을 내세워 비즈니스를 한 회사가 오래 간 사례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일본의 과도한 매뉴얼 지상주의가 한 원인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직성과 과도한 규제로 일본이 질식해 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일본을 영광으로 이끌었던 창조력과 혁신성은 자취를 감추고, 패전 직후 세대가 가졌던 활력과 정신도 사라졌다고 일갈한다.

* 5%에 불과한 일본의 저축률 - 최근 10년 간 중국의 가계저축률이 30%를 넘는데 반해 일본은 5%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일본 정부처럼 국민들도 부채를 점점 늘리게 될 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일본은 지금으로선 무조건 지출 삭감에 착수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회보장비용, 공무원 인건비 등 모든 것이 삭감 대상이라고 말환다. 가장 먼저 손 댈 것은 방위비다. 방위비는 아무리 늘려도 일본의 미래에는 한 푼도 도움되지 않으며, 오히려 국민 생활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 가족과 돈을 지키는 9가지 성공법칙은?

* 미국에서 보이는 쇠퇴의 징조 -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은 미국의 국력과 경제를 악화시킬, 정말로 우매한 정책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과거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 결과, 수혜 받은 것은 국내 3만여 철강 노동자뿐이고 3억 명 이상의 미국 국민은 비싼 가격에 철강 제품을 구매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시장 경쟁에 맡겨두면 미국이 중국에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의 조바심이 미국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 중국은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국가 - 역사적으로 중국인은 가장 우수한 자본주의자들이다. 그들에게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오랜 역사가 있다. 표면적으로 공산주의로 가장한 중국은 실로 교묘하게 자본주의를 도입한 나라다. 특히 화교는 중국이 지닌 최강 자원 중 하나라고 말한다. 리커창 전 총리가 내세운 ‘선상시 후관제(先賞試 後管制)’, 즉 먼저 시도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그 때 정부가 규제하면 된다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 방향이 중국 경제와 기업을 견인했다고 평가한다.

* 가족과 돈을 지키는 9가지 성공법칙 - 첫째, 다른 사람의 말대로 하지 말라. 늘 의심을 품고 최종 판단을 스스로 하라. 둘째, 고향에 안주하지 말라. 여권만 갖고 있으면 190개국을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일본이 여권 보유율은 고작 22.8%에 불과하다. 셋째, 결혼과 출산을 서두르지 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해 잘 알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라.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을 때도 있다. 다섯째, 열정을 무시하지 말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 여섯째, 자녀의 열정을 존중하라. 열정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격려하고 밀어주라. 일곱째, 돈에 집착하지 말라. 당신이 적절한 곳에 있다면, 돈은 반드시 나중에 당신을 따라올 것이다. 여덟째, 돈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라. 돈은 모으는 것이지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돈을 얻으려면 스스로 일을 하도록 유도하라. 아홉째,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 잊지 말라. 자신에게 행복한 방식으로 사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는 사실을 잊지말라.

* 이왕이면 일찍 실패해 봐야 - 이왕 잘못을 저지를 거라면 50대 보다는 20대나 30대에 저지르는 것이 낫다고 저자는 권한다. 젊을 때 실패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하며, 실패에서 일어날 시간과 체력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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