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화학업계, 신뢰 회복이 먼저다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12-16 14:13 수정일 2019-12-16 14:14 발행일 2019-12-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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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올 한 해 화학업계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다사다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호황기가 끝나고 시황이 가라앉는 중인 올해, 유난히 굵직한 사건들이 대거 발생하며 분위기가 더욱 침체된 상황이다.

올 국정감사에서 산업계 최대 이슈였던 여수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오염물질 배출 수치조작 건은 지난 4월 환경부 발표로 시작된 이후 여수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같은 시기 충남 대산에서는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에서 유증기가 대량으로 유출되며 근로자들은 물론 주민들까지도 두통을 호소하는 등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화학업계가 신사업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배터리 관련 사업 역시 순탄하지 않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개점휴업’ 상태가 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은 올해 6월 장기간의 민관합동조사 끝에 사고 원인과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시장 재개의 기대감을 높인 것도 잠시, 하반기에만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며 또 다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내내 배터리 사업을 둘러싸고 국내외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이슈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일부 공정이 비상정지되면서 화염과 연기 등이 발생하자 인근 주민들은 여전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신고를 이어갔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여수산단 입주 대기업 대표이사들은 최근 여수시의회를 직접 찾아 사과문을 제출하고 재발방지 대책과 사회공헌사업 등의 이행을 약속했다. 올해 말까지 원인규명을 약속한 ESS 사업 역시 기업에 따라 추가적인 화재 방지 설비 구축이 진행 중이다.

당연하지만 이런 대책들은 기업의 비용 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내년에도 역시 글로벌 수요 침체 지속으로 시황 개선이 불투명한 가운데 수익성 개선에 애를 먹고 있는 화학업계에는 더욱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의 반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간 많은 사건들로 상실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산업의 신뢰도를 잃는 일은 그 무엇보다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