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재 얼룩진 K엔터… 반면교사 삼아야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12-15 14:22 수정일 2019-12-15 14:24 발행일 2019-12-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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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아마도 2019년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사상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연 초 클럽 버닝썬 사태로 2세대 아이돌 스타의 도덕성과 성의식 부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빅뱅의 승리, 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 최종훈 등이 줄줄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을 10대 시절부터 도맡아 교육해온 연예기획자들의 해이한 도덕성 역시 질타를 받아야 했다.

하반기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국민 사기극’ 전말이 공개됐다. 시청자에게 오디션의 주인이 돼 달라고 호소했던 방송사가 화면 뒤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전지적 참견 시점’을 발휘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2016년 방송된 시즌1부터 2019년 시즌4까지 전 시즌이 모두 조작이라고 발표했다.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난 순간도 있었다. 가수 겸 연기자 설리와 그의 절친한 친구 구하라가 사망했다. 죽음의 원인을 한마디로 재단할 순 없지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사사건건 악성댓글을 달았던 악플러들이 심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쳤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대형 사건이 하도 많다보니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지 않은 순간도 있다. 기획사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한 10대 가수의 눈물, 매 년 의혹만 제기됐던 음원사재기 논란, 또다시 불거진 드라마 촬영현장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 휩싸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K팝과 K드라마의 성과로 쌓아올린 ‘K엔터’의 위용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올린 산물이다. 기형적인 수익배분이나 노예계약도, 방송사에 만연했던 인력착취도 수많은 이들의 투쟁과 눈물로 바뀌었다. 2019년 공개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그늘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한숨만 쉰다고 변하는 건 없다. 부끄러운 순간들을 기록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