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노영방송 MBC> 김장겸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2-14 07:30 수정일 2020-05-29 11:34 발행일 2019-12-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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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

저자는 공영방송 MBC의 사장이었다. 지난 2017년 2월에 선임되어 기대를 모았으나,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정권과 언론노조의 압박’에 의해 11월에 전격 해임되었다. 이 책은 자신의 기록이자 MBC를 비롯한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최근 역사라 할 수 있다. 혹자들이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 이 책을 썼을 것"이라고 왜곡할까봐, 가능한 당시의 공식 문서 등을 그대로 옮겨 적는 등 팩트 체크를 위해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방송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왜 이런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어느 한 쪽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받고 오도되는 우리 방송정치사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해, 읽는 내내 씁쓸했다. 우린 언제나 균형과 사실의 방송 문화를 접할 수 있을까?

◇ 문 정부의 ‘언론 적폐청산’은 사실상 ‘언론 탄압’

* MBC는 과연 공정한가 - 언론노조 간부 출신들이 주축이 된 MBC의 신임 경영진은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직원을 해고하고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파업에 불참했던 직원들을 조사했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방송에서의 ‘공정’의 의미는 진보나 좌파 세력에게 유리해야 만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 언론노조는 ‘제4부’ -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폭력 시위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5년간 폭력 면허를 발급받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산하 언론재단도 대기업 공공노조와 함께 초록이 동색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폭력 행위를 방송이 제대로 비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저자는 “이제 ‘언론은 제4부’라는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만은 ‘언론노조가 제4부’로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 걱정되는 양대 공영방송 - 언론노조가 사실상 장악한 양대 공영방송은 시청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영업은 엄청난 적자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재산이 탕진되고 있는 것이다. 신임 경영진은 임원 경력이 없을뿐더러 주요 보직에 대한 경험도 없고 주로 노조 활동을 하다 벼락출세한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팩트 보다 주의 주장을 앞세우고 능력과 무관하게 코드 인사를 한 결과가 1%대까지 기록한 뉴스 신뢰도 하락과 1200억 원 적자라고 강조한다.

* “정권이 바뀔 줄 몰랐습니까?” - 우리나라는 대형 사고나 참사나 발생할 때마다 진실 규명과는 무관하게 슬픔과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 그러다보니 억지 주장과 가짜 뉴스, 거짓 선전과 선동이 난무한다. 저자가 검사에게서 조사를 받는데 한 검사가 “사장님은 정권이 바뀔 줄 몰랐습니까?”물었다고 한다. “왜 몰랐겠느냐”고 답하니 “그런데 왜 사장 되려고 지원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이 되돌아 왔다고 한다.

* 언론은 ‘적폐청산’ 아닌 ‘탄압’ - 자기 편이 아닌 언론인들을 싹쓸이 대청소하겠다는 게 현 정부의 언론 적폐청산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명백한 언론 탄압인데 교묘하게 말만 바꾼 것이라고 비꼰다. 언론사를 김대업 병풍 보도나 광우병 방송 또 노영방송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개탄해 한다.

◇ 정교하고도 집요한 ‘사장 몰아내기’

* 문재인 후보의 막무가내 - 대선 전 문재인 후보는 생방송 토론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을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다”며 해고 언론인 복직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0년 사상 초유의 170일 파업을 주도한 언론노조 MBC 본부 간부 등으로, 당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던 사안이었다. 법률가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적 절차를 잘 얼고 있었을 문재인 후보가 막무가내로 법을 무시한 채 복직시키라고 한 것이다. 반면 새 경영진이 들어선 후 쫒겨난 10명이 넘는 직원들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과거에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쳤던 새 MBC 경영진과 언론노조, 대통령은 모두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다.

*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플랜 - 2017년 2월 김장겸 MBC 사장이 취임하자 3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적폐 청산이 필요하다.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며 사장을 끌어내릴 의지를 천명한다. 이어 5월 22일에는 박광온 대변인이 “언론노조가 방송사 사장 사퇴를 주장할 수 있다”는 막말을 내뱉었고. 6월2일에는 언론노조 MBC 지회가 “우리가 끌어내려야 한다”고 가담했다. 급기야 6월 29일에는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관을 MBC에 파견해 본격적인 사퇴 몰이에 들어갔다. 8월 11일에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MBC 사장 교체를 시사했다. 8월 2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MBC 경영진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다. 드디어 8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소신없는 사장은 인된다”며 사퇴를 종용하기에 이른다. 8월 24일 MBC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구호는 “사장 퇴진”이었다.

*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추천인사 솎아 내기 - 방문진은 1988년 설립된 MBC 경영관리 감독 기관이다. MBC 지분의 7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정수장학회 몫이다. 방문진 이사 9명은 각 정당의 추천으로 선임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야당 추천 이사들을 사퇴시키고 그 자리에 여당 추천 이사들을 새로 선임해 여야 이사진 수 역전을 통해 사장 해임 압박을 가해 왔다. 여러 경로의 압박에 가장 취약한 교수들을 첫 타깃으로 잡았다. 임기가 11개월이 남은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를 언론 노조 소속의 학교 졸업생들까지 동원해 비난전을 펼치고 이어 각종 이유를 붙여 고소고발해 결국 2017년 9월에 사퇴시켰다. 목원대 총장을 지낸 김원배 이사는 사퇴 압박에 가족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며 10월에 사퇴했다. 보궐이사 2명은 선임되자 마자 당일 방문진 이사장의 이사 해임 건의안 제출에 서명하고 다음날에는 김장겸 사장 해임안 제출에도 서명했다. 처음 한 일이 정권의 거수기 역할이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8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 적어내라니 - 저자 해임 후 3개월쯤 지난 2018년 초, 부장 시절부터 8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관해 누구와 함께 했었는지 이름을 적어내라는 회사 측 공문이 전달됐다고 한다. “부적절한 사용은 없었다. 언론플레이로 명예훼손 말라”는 내용을 답신으로 보내니 다시는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새 경영진의 과거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똑같이 감사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묘한 여운을 남긴다. 새 경영진 가운데 과거 회사 주변 카페 등에서 낮술 마시기로 유명했던 임원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방문진은 물러난 저자에게 퇴직금도 지급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보도본부장 시절 퇴직금은 지급해야 할 것 아니냐고 변호사 출신의 여권 이사가 제기했지만 철회됐다. 언론노조의 지침이 곧 법인 시대가 되었다고 저자는 통탄해 한다.

◇ 공영방송의 어지러운 현주소

* ‘공영방송 정상화 = 공영방송 장악’ - 현 정부는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말을 반복 사용함으로써 공영방송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에 대해 이낙연 총리까지 “쓸 데 없는 짓을 했다”며 실무진의 소행으로 물타기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 공영방송을 언론노조의 품으로? - 후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MBC의 사장, 편성기획본부장, 시사교양본부장, 보도국장 등이 모두 과거 MBC 노조위원장 지냈거나 언론노조 MBC본부장 출신들이다. 주요 자리를 모두 언론노조 간부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국민의 품으로’가 아니라 ‘언론노조의 품으로’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저자는 정권과 공영방송을 정악한 언론노조는 견제 관계가 아니라 홍위병 역할이라는 지적 많았다고 회고한다. 문 정부들어 지상파 TV와 라디어 시사 프로그램의 친정부 편향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 2%대 시청률을 보는 이중잣대 - 시청률 하락은 팩트가 아닌, 메시지가 앞서가는 뉴스에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과거 뉴스 데스크 시청률이 하루 2%대를 기록하자 피켓을 들고 “창피하지 않나”며 외치던 언론노조 간부와 뉴스데스크 폐지론자들이 새 경영진의 수시 2% 시청률에는 침묵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평가다. 급기야 방문진의 야권 추천 소수 이사들이 최승호 사장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상황 초래 및 민주노총 소속 노조중심적 경영과 일방적 인사, 부당 인사와 대량 해고 반복 등이 해임 사유였다. 하지만 여권 추천인이 다수인 방문진은 결국 이 안건을 부결시켰다.

* 낙하산 인사에 입막고 귀닫는 언론노조 - 문재인 정권 들어 공영방송 사장 몰아내는데 언론노조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을 외면하고,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권력의 집권을 돕기 위해 혹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권력과 보조 맞춘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사 경영 경험이 전혀 없던 김중배 한겨레 논설위원을 MBC 사장으로 선임했고, 최문순 사장은 부장 직에서 국장이나 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당시 언론노조는 낙하산이니, 고속승진이니 반발하지 않았고 퇴진 운동도 하지 않았다. 본사 출신으로 지역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되었을 때와 비교해 언론노조는 너무 달랐다.

◇ 노조 독재주의 확산되나

* 언론계 부역자 명단 - 언론노조는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MBC KBS 사장 등 100여명이 포함된 언론계 부역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부역자란 국가에 반역이 되는 일에 동조하거나 가담한 사람을 말한다. 남이 만든 명단은 블랙스리트고, 자신들이 만든 것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 비판받는 MBC - MBC 출신이 유난히 더불어민주당에 많이 진출했다. 보도국장 출신 박광온 의원, 뉴스데스크 간판 앵커였던 신경민 의원, 노조위원장 출신 노웅래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목포 MBC 사장 출신 김성수 의원, 박영선 중기벤처장관, 최명길 부국장 등등이다.

* 언론노조가 사실상 인사권 장악 - MBC 단체협약을 보면 사실상 노조가 인사권자다. 노사가 동등한 숫자로 회의에 참석하는데 10조3항을 보면 노조가 특정 보직자를 지목해 보직 변경을 재차 요구하면 사장이 이를 수용토록 되어 있다. KBS도 시사 프로그램 담당자의 인사권을 사실상 언론노조에게 내줬다.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 TV프로덕션 3담당, 라디오프로덕션 1담당 등 주요 국장 중간 평가를 보임 6개월 되는 시점에 실시하고, 구성원의 2/3 이상이 불신임할 경우 인사조치 건의를 수렴해야 하도록 했다.

* 노조 독재주의 만연 - 2019년 2월 MBC가 전국언론조노 MBC본부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르면, 노조는 보도와 편성은 물론 프로그램 편집회의에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전 세계 민주국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노조가 방송을 유린할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노조 독재주의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실제 언론노조 산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부라는 사람들이 수시로 편집과 보도에 관여해 압박하곤 한다. 편집권의 독립은 정치권이나 기업 이익으로부터의 독립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노동조합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2억짜리 사내 체육대회 줄이고 김제동에는 연 7억 지급 - KBS 내에서는 “사원 체육대회 행사를 줄여 연간 2억원이 채 되지 않는 예산을 절감하겠다면서, 연 7억이 넘는 출연료를 지급받는 김제동 진행자를 그대로 둔다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한다. 회사 측은 결국 김제동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 불치병 수준의 '남 탓' - 신임 MBC 경영진은 경영이 악화되자 광고 수입 악화의 원인을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라고 주장했다. 과거 정부에서 지상파 방송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키고 종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상식적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MBC노동조합은 “남 탓도 이 정도면 거의 불치병 수준”이라고 공박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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