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 규제의 역습…잠잠했던 전셋값도 꿈틀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19-12-11 10:35 수정일 2019-12-22 16:20 발행일 2019-12-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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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훈식 사회부동산부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7월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물론 한동안 잠잠했던 전세가도 상승반전됐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부추기고 전셋값도 따라 오르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KB월간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연속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가격을 견인한다는 이유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도 상승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셋값 상승의 원인은 공급부족이다. 11월말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0.7로 지난 1월(88.2) 보다 62.5포인트 껑충 뛰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전셋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 22만가구에서 16.2만가구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감소세다. 수도권 전셋값 안정에 크게 기여하는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 입주물량도 2025년까지 공백기가 시작됐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의 추가 매수를 통한 전세공급이 끊겼다. 종합부동산세는 올해 공시가격 대폭 인상으로 역대급으로 부과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입시제도 변화 예고 등도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방침 이후로 명문 학군 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전세값 상승의 원인은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이다. 정부는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지 말고 공급 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