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밀레니얼 세대에 한줌 디딜 곳을

홍보영 기자
입력일 2019-11-25 15:03 수정일 2019-11-25 15:04 발행일 2019-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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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24일 가수 구하라(28)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를 애도하기 위해 허지웅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허지웅은 “저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까 저를 응원하지 말아주세요. 대신 주변에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들을 돌봐주세요. 끝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라며 “구하라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한줌 디딜 곳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을 청년’. 이는 밀레니얼 세대를 가리킨다. 청년들의 절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인 동시에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불린다. 고성장기를 겪은 부모 세대의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있냐. 더 노력해라”라는 일침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결여돼 있다. 여기서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단단하게 세워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요원한 상황에서 윗세대의 은퇴시기가 늦춰지면서 일자리를 얻기 더 어려워졌다. ‘디지털 혁신’,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무직 노동자의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이다. 실제로 2003년 15~24세 비정규직 비율은 36%에서 현재 47.1%까지 급등했다.

그 어느 세대보다 높은 대학 진학률, SNS의 발달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더 뚜렷하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구조적인 부조리를 나타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는 게 힘든 이유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의 ‘N포 세대’는 이들에게 따라붙는 별칭이다. 청년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윗시대의 따뜻한 이해와 굄이 필요한 때다.

홍보영 금융증권부 기자 by.hong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