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은 '총선용 제철음식'인가

표진수 기자
입력일 2019-11-27 09:44 수정일 2019-11-27 10:00 발행일 2019-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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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표진수기자

방어철이 돌아왔다. 방어는 11월에서 12월이 제철로, 이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 정치권에도 이러한 ‘제철’이 있다. 선거철이 바로 그 시기다.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시기에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청년들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청년을 위하겠다는 여·야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청년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지 총선 승리를 위해서만 청년의 투표권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정치권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을 포착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법안·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겉으로는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청년 관련 법안은 229건이다. 이는 청년과 관련된 법안의 기준을 최대한 폭 넓게 잡은 결과다. 그러나 그중 지금까지 62개 법안 밖에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율 27.1%로 ‘최악의 국회’로 오명 받고 있는 20대 국회 전체 법안 처리율(30.5%)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20대 국회 첫날 발의됐던 청년기본법이 3년이나 지나서야 간신히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실제 이 법안은 청년이 주도해 직접 만들어진 법안이다.

청년이 직접 법안을 만드는데 참여하면서, 여·야간 이견이 없었는데도 법안 처리가 3년이나 늦어진 것은 정치권에서 청년을 보는 시각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당은 총선철만 되면 청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법안을 내놓는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디 청년들을 때가 되면 생각나는 제철음식으로만 여기지 말고, 청년들을 사시사철 챙기는 정치권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표진수 기자 vyv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