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례한국당’이라는 정치공상

김윤호 기자
입력일 2019-11-18 12:45 수정일 2019-11-18 13:15 발행일 2019-11-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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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정치권에선 흔히 ‘정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들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씨름을 벌이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두고도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다. 달리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열차’를 허겁지겁 뒤쫓는 자유한국당에서다.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이 통과되면 지역구 의석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비례대표가 늘지만 당 지지율과 연동된 의석 배분 방식 탓에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한 거대정당은 비례대표를 배출하기 어렵다. 한국당이 결사반대하는 이유다. 다만 거대정당이 조금 불리해질 뿐 많은 표를 얻어야 승리하는 선거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선거제의 유·불리를 떠나 어떻게 하면 표심을 모을지 고민하는 게 우선인 점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과 당 쇄신은 부진하면서 벌써부터 바뀔지, 어떨지 모를 선거법 대비책을 궁리 중이다. ‘비례한국당’이 그것이다. 비례대표를 확보키 위한 자회사 개념의 위성정당을 창당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주로 당 주류인 친박(박근혜)계가 다수인 영남 의원들로부터 흘러나온다. 지역구가 8개나 줄기도 하고 탈당파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의 통합을 꺼려 ‘비례한국당’으로 총선에서 ‘싹을 자르려는’ 의도도 있다.

당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논쟁과 인적쇄신 등 해묵은 과제들은 손도 못 대면서 ‘자기 살 길’만 고민하는 주류의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인사들이 많다. 외연확장 없이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들일수록 더 그렇다. 당 지도부의 한 비주류 인사는 “그거 영남에서 나왔죠?”라고 짜증을 섞어 되묻고는 “국민이 그런 ‘꼼수’를 모를 거라고 착각하는 ‘정치공상’”이라고 치부했다.

김윤호 정치경제부 기자 ukno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