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 전기농사도 그렇다?”

양세훈 기자
입력일 2019-11-20 14:14 수정일 2019-11-20 14:16 발행일 2019-11-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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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훈 기자수첩용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한전도 하늘(국제연료가격)만 바라본다. ‘전기 농사’ 역시 국제유가 등 국제 연료가격이 짓기 때문이다.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로는 국제 연료가격이 오르면 한전은 당연히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게 된다. 반대로 하락하면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식이다.

잘 팔아도, 못 팔아도 국제연료비 탓이다. 그래서 한전이 분기별 실적을 발표할 때면 늘 국제연료비 영향에 따른 분석이 따라온다. 올 상반기까지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인 한전이 3분기 반짝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국제연료비 하락에 따른 보상이다. 여기에 더해 3분기 실적은 전력수요가 높은 여름철이 포함돼 있어 실적 개선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별히 정책이나 경영을 잘해서 흑자를 냈다는 의미가 아니다. 3분기는 그냥 전기농사의 수확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 2분기 적자에 허덕이다 3분기에 반짝 살아나고 다시 4분기부터 적자로 전환되는 패턴을 보인다. 1년 전체로 보면 한전의 적자는 3년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한국 대표 공기업 한전의 부실화를 우려한다. 처방으로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고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정부는 ‘유기농(에너지 전환)’만 고집한다. 물론 몸에 좋은 유기농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말라 죽을 상황에서도 절대 전기요금 인상 같은 농약 처방은 하지 않겠다니 복장 터진다.

내년 농사가 벌써 걱정이다. 국제연료비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중동 등 세계정세가 불안정하다. 더구나 원전은 정책에 따라 가동률 하락이 뻔해 보이고, 전기요금 인상은 현 정부 내에서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한전의 한숨이 깊다. 하늘만 본다. 내년 흉작이 더 걱정이다.

양세훈 산업IT부 차장 twonew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