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법시행령 개정안, 취지만 훌륭한 탁상공론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19-11-14 14:27 수정일 2019-11-14 14:28 발행일 2019-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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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상법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증권업계와 상장사들의 반발이 불일듯 일고 있다. 법무부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최장 6년으로, 계열사를 바꿔 사외이사를 맡을 경우 최장 9년으로 제한하는 내용과 주주총회 소집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장사들의 주주총회를 내실화하고, 이사·감사 등 임원 구성을 투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증권가는 이를 두고 사외이사 임기를 단축시키면 상장사들의 사외이사 구인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회사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으로 당장 내년에 사외이사를 뽑아야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이사는 718명이다. 이는 금융업을 제외하고 조사한 결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아울러 주주총회에 사업보고서를 함께 보내려면 주총 2주 전까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마무리 짓고 관련 공시를 내야 한다. 감사 기간이 5주에서 3주로 40% 짧아지는 셈이다. 지정감사인제도에다 외부감사까지 빠르게 진행하려면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상장사 관계자는 “밤 새면 가능할 것 같긴 하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기 전 업계의 의견을 들은 적 있는지 물어봤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령을 앞두고 태스크포스(TF)를 열긴했다”며 “참여한 관계자들이 관련 내용을 두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으나, 결국 반영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상법시행령 개정안의 취지는 나무랄데가 없어 보인다.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고 보장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탁상공론’이라는 딱지를 달게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고 검토했다면 달라졌을까?

이은혜 금융증권부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