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성욱·한상혁 '콤비 플레이'에 박수를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11-13 14:08 수정일 2019-11-13 16:01 발행일 2019-11-14 19면
인쇄아이콘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의 기업결합 최종승인 결정을 내렸다. 

반년 넘도록 지속된 심사과정에서 빛을 발한 것은 취임 2개월을 막 넘어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결단력이었다. 같은 시기 취임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추진이 유력시되는 KT-딜라이브 M&A(인수·합병)에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손잡고 유료방송 합산규제(시장점유율 33% 제한)의 후속대책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두 위원장의 콤비 플레이로 업계는 오랜만에 정부의 ‘규제’가 아닌 ‘지원’을 받게 됐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각각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 조성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주요 추진 업무로 설정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기관들이다. 이번 업계의 M&A 과정에서도 두 기관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해 기업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을 반영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수장에 오른 만큼 조성욱·한상혁 위원장이 각 기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쉽게 타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두 위원장은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합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8일 조성욱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것보다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면서도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역 다툼을 벌여왔던 과기정통부와의 합의를 이끌어낸 한상혁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각 부처가 필요한 역할을 하면 그만. 어느 안으로 갔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사례가 현 정부의 보여주기식 친(親)기업 정책의 매뉴얼이 되길 기대한다.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