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S, 언제쯤 안심하고 쓸까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11-10 14:27 수정일 2019-11-10 14:28 발행일 2019-1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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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우리 배터리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ESS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삼성SDI가 최근 ESS 화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소화 방지 시스템을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 사업장에 추가 설치한다고 밝히며 몇 차례나 강조한 문장이다.

전국을 불안감에 떨게 만들었던 ESS 관련 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28건을 기록했다. 이 중 5건은 정부가 약 6개월 이상의 시간과 민관 전문가들을 투자해 원인조사를 진행해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한 후 발생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ESS에 탑재되는 배터리 일부 제조 및 배터리 보호 시스템,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 복합적인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고 결론짓고 ‘안전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방지대책을 발표했으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 결과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발표 이후로도 화재가 반복되면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과 삼성SDI 경영진은 국정감사에 소환돼 화재에 대한 집중포화를 받았다.

다만 최근 국내 보험사의 의뢰로 화재 1건에 대해 심층 조사를 실시한 글로벌 품질인증·위험관리 회사 DNV-GL의 조사결과는 정부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사의 작은 결함으로 사소한 오작동이 발생했고, 안전 관리와 화재 예방 시스템이 미흡해 큰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함이 없지는 않았으나, 시스템과 운영의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정부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화재 1건에 대한 조사로 전체 사례에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지적받는 특정 배터리 모델이 해외에서는 아직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일련의 화재가 배터리 제조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는 실제로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했던 안전 강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과연 최근 발생한 5건의 추가 화재에서 해당 강화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고 반대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이에 대해 2차 조사위를 꾸려 화재 원인규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나오게 될 추가 대책은 보다 많은 사람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이길 바라본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