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플 처단, 언론사 주도 ‘판 흔들기’ 없는가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19-11-04 14:25 수정일 2019-11-04 14:26 발행일 2019-1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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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차장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 가브리엘 타르드의 연구로 본격화된 군중심리는 일종의 모방심리로 정의된다. 다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 될 것이란 믿음이 군중심리 근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연예 뉴스 댓글을 즉각 폐지하고 실시간 검색어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악플에 대한 군중심리의 처단이랄까. 가수 겸 배우 설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악플의 범람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단 결연한 의지다.

카카오의 이러한 발표에 사람들의 눈은 자연스레 네이버로 향했다. 국내 1위 포털인데다 그동안 드루킹 사건 등 댓글로 갖가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개편에 대대적으로 나선 만큼 또 다시 변화를 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악플이 익명성에 기댄 군중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악플 근절을 이뤄내려면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던가, 뉴스 소비를 분산시키는 것이 적절한 해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댓글 익명성은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논외인 상태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뉴스 소비 분산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결과 한국은 단 4%만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1위는 핀란드로 64%에 이른다.

아쉬운 점은 문제를 알고 있어도 실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포털 종속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왔지만 이를 벗어나려는 공동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스갯소리로 혹자는 “우리가 독립하면 잘 살 수 있어? 지금 이만큼 사는 게 누구 덕인데”라는 궤변을 펼친다. 이 또한 우매한 군중심리다. 군중심리를 깨뜨릴 수 있는 ‘판 흔들기’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상우 산업IT부 차장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