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예뉴스, 어뷰징 매체 퇴출이 먼저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19-11-03 15:13 수정일 2019-11-03 15:16 발행일 2019-1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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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차장

기자에게 악성 댓글과 욕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부모를 들먹이는 욕부터 시작해 성기를 직접 지칭하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성희롱까지. 온갖 욕설을 읽으면 “이러려고 기자질 했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때로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연예인의 심정이 이해도 간다.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은 일종의 ‘멘탈 폭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악플러들을 고소하겠다는 결심을 한 적은 없다. 욕설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 역시 그것이 일종의 표현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가수 설리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악플러를 강력하게 제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댓글 규제·처벌을 강화하자는 안에 동의한 국민이 2만명을 넘어섰고 국회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도 각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안’ 등을 발의했다. 다음 카카오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연예뉴스의 댓글을 폐지했다. 댓글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과연 그럴까. 악플러를 강력 제재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동의하지만 댓글 자체를 없애는 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다음 카카오는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함에 따라 향후 정치뉴스 등 여타 뉴스서비스의 댓글 폐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위축시킬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이미 젊은 인터넷 유저들이 국내 포털사이트를 떠나 해외 기반 SNS 또는 유튜브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고 있는 시대에 댓글마저 없애는 건 포털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침이다. 지금 포털사이트가 해야 할 건 유저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기능을 없애는 게 아니다. 무분별하게 어뷰징 기사를 내보내 여론을 호도하는 유사 언론과 유력 언론의 이름을 빌린 클릭 장사꾼들을 선별하고 이들을 방출시키는 게 우선이다.

조은별 문화부 차장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