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세업자 옥죄는 '액상담배 금지 권고'

김승권 기자
입력일 2019-10-31 14:25 수정일 2019-10-31 15:49 발행일 2019-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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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금지 권고에 자영업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편의점, 면세점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던 유통사들도 일제히 쥴, 릴 베이퍼 등 일부 가향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중지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용 중단 권고 발표에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23일 발표 당시 식약처의 액상형 담배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용 중지 권고부터 나왔다. 미국에서 액상형 담배로 인한 사망자까지 나왔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명 발생했지만 국내에서는 명확한 사례가 아직 없다. 판매되는 제품도 다르다. 미국의 경우 관련한 폐 손상의 약 80%가 액상형 전자담배 속의 마리화나 성분, THC와 연관돼 있지만 국내는 이런 대마 성분을 섞을 수 없다.

사용중단 권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쥴이나 릴 베이퍼 같은 대형업체뿐만 아니라 전국 약 2000개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액상담배 업자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하루 매출이 통상 30만~50만원 수준의 영세 사업자다. 전자담배협회에 따르면 정부의 사용중단 권고 후 액상형 전자담배 매출은 평균 40~50% 하락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지 못한 ‘탁상공론’식 발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발표에 덧붙여지는 ‘탁상공론’이란 지적이 사라지도록 명확한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

김승권 생활경제부 기자 peac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