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김정은 평전 - 마지막 계승자> 애나 파이필드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9-10-27 15:07 수정일 2020-05-29 11:44 발행일 2019-10-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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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김정은의 비밀을 하나하나 걷어내 보니…
‘수수께끼’ 김정은의 비밀을 하나하나 걷어내 보니…
9788997201471

< 총평 >

저자는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 출신이면서 2018년 말까지 서울특파원과 도쿄지국장을 역임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상당한 정보와 식견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가 쓴 이 책은 인간 김정은과 그의 주변 사람들부터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 이르기 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특히 스위스 시절 김정은 형제의 생활 모습이나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경제상 등에 관해선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생생한 실상을 전해 준다. 평창 올림픽 때 내한한 김여정 등 김씨 일가의 DNA 남기지 않기 소동 등은 북한이 왜 그렇게 ‘숨김의 정치’에 연연하는 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 ‘인간’ 김정은…

* 1984년 1월 8일생 김정은 - 북한의 성지 ‘원산’에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압제와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킨다. 재일교포 무용수 고용희와 김정일 사이에서 정철 정은 여정 3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정일이 이복형제 간 교류를 허용하지 않아 김정남 등 배다른 형제들과는 교분이 거의 없었던 듯 하다.

* 스위스 시절의 황태자들 - 김정은 일가는 스위스에서 신분을 숨기려 가짜 신분증을 사용했다. 서류상 이름을 김정철은 박철, 김정은은 박은으로 바꿨다고 한다. 두 형제가 먼저 베른 외곽의 한적한 소도시 리베펠트에서 거주했고, 여동생 김여정은 박미향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합류했다. 김정은은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다. 6학년 때는 열반으로 보내지기도 했다고 한다. 늘 체육복만 입고 다녔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라며 청바지는 절대 입지 않았다고 한다.

* 농구광 김정은 - 스위스 유학시절에도 마이클 조단의 23번 유니폼 진품 윗도리와 시카고 불스 반바지 차림을 자주 했다고 한다. 에어 조단 농구화도 필수였다. 농구공도 최상품 NBA 공식 마크제품을 이용했다.

* 우려되는 김정은의 건강 - 금방이라도 심장마비 일으킬 것 같은 외모다. 불과 30세 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말 6주 동안 공식 석상에 안나타났고 이후 지팡이에 의존해 통풍설까지 나돌았다. 2018년 9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백두산 올랐을 때도 심하게 숨을 헐떡였다고 전해진다. 여러 영상 자료를 분석해 보면, 심각한 고도 비만에 오른 발목이 문제라는 평가다. 발목 보호대를 찬 것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밖에 당뇨와 관절염이 의심되기도 한다.

◇ 김정은의 사람들

* 가수 출신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 - 유명 예술단인 은하수관현악단의 핵심 가수 출신이다. 김정은보다 5세 아래다. 아버지는 공군사령관을 지낸 공군 장성 출신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측근으로 마사일 발사때 항상 곁에서 지키는 리병철이 5촌 당숙이라는 설도 있다.

* 최룡해가 김여정의 시아버지? - 김여정이 왼손 약지에 반지 낀 모습이 목격된 적이 있다.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최룡해의 아들과 결혼했다는 설도 니왔다. 남편은 최고통치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룡해는 2019년 4월 김영남의 뒤를 이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오른 바 있다.

* 김씨 일가 DNA를 한 톨도 남기지 않는 북한 - 김여정 등은 평창 동계올림픽 예방 때 오성급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묵으면서 침구류를 따로 가져와 잤다. 지문 하나 남기지 않고, 머리카락 한 올도 없었다. 김씨 일가의 유전자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한 셈이다. 북한에서 이뤄진 만찬에서도 김정은과 김여정이 사용한 유리잔과 포크, 나이프 등 모두 모아 일체 흔적 없이 수거해 갔다고 한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인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이들이 묵은 객실에는 다른 투숙객을 안받고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고 한다.

* 김정은 이후 시나리오는? -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지금은 관심 밖에 있지만 형인 김정철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김여정이 막후에서 총 지휘자 역할 하며 그를 보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설이다. 현실 가능성은? 글쎄…

◇ ‘절대지존’ 김정은을 만들려는 무리수들

* ‘정은’이라는 이름 쓰지 못하게 - 북한 정권은 아랍 독재자의 종말을 보면서 내부 단속을 더욱 강화해 갔다. 권력승계 준비에도 박차를 가했다. 당국에서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정은’이라는 이름 붙이지 말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미 그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겐 이름을 바꾸라고 했다. 이념교육을 통해선 김정은이 김일성의 손자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전에는 쉬쉬하며 존재감 드러내지 않았으나 본격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 김정남을 견제한 고용희 - 김정은의 친모 고용희는 김정남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일본 측에 밀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김정남에 대한 김정일의 신뢰를 깎아내리려 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김정일과 정식 혼인도 않은데다 일본 출신이라는 점이 그녀에겐 늘 핸디캡이었다고 한다. 특히 사촌여동생인 성해랑이 조국을 배신하고 서방으로 망명했다는 사실이 치명적이었다.

* 비행기 조정이 가능한 김정은? - 비행기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심하다.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으며, 직접 비행기를 조정해 북한 상공을 날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산 초대소 인근에 활주로를 새로 만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덕분에 미국은 위성 사진을 샅샅이 뒤져 김정은의 개인 전용비행기가 어디에 있는 지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 군사 초전문가 김정은 - 22세 때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졸업논문의 주제가 ‘GPS를 활용한 포 명중률 향상 시뮬레이션’이었다. 이 기술 논문을 보고 김정일이 흡족해 했다고 한다. 세 살 때는 권총을 백발백중 쏘고, 글자 배우기 시작할 즈음에는 벌써 말을 타고 차를 몰았다고 한다.

◇ 김정은의 철권 통치, 그 끝은?

* 철저한 각본 속 처형당한 장성택 - 2012년 8월에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로부터 국가원수급 환대를 받았다.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이 어릴 때부터 형 김정남을 후계자로 여기고 할아버지 김일성과 자신을 못 만나게 했다고 믿고 있던 차에 감정이 폭발했다. 장성택 숙청을 통해 “가족이라도 내 자리를 탐내면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고자 했다. 미리 체포해 두었다가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장성택이 자신의 권력을 키우는 분파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며 끌어 내렸다.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에 중국 기업들에 팔아넘기는 매국 행위를 했으며, 자본주의에 물든 파렴치범이라고 매도했다. 공개적으로 체포되어 끌려나가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줌으로써 반역의 싹을 잘라 버렸다.

* 김정남은 스파이 행위로 타살? - 말년에 김정남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스파이 혐의를 받았다. 돈을 받고 정보를 팔아넘긴 혐의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피살 되었을 당시에도 백팩에 미화 12만 달러의 현금 다발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직전에 아시아계 남성과 호텔에서 접촉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화폐개혁에 대한 비판, 절대권력에 대한 지적 등으로 김정은의 미움을 샀다.

* 불법해외 영상물은 국가전복 시도와 동일시 - 김정은은 권력 승계 이듬해인 2012년에 형법을 개정해 불법 해외 영상물을 단속하는 특별 조항을 신설했다. 처벌 수위를 국가전복과 같은 수준으로 정했다. 대량 유포자에겐 기소 후 노동교화형에 처했다. 사상 오염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 북한의 신분제도 - 출신 성분에 따라 3대 계층 51개 성분으로 분류된다. 3대 계층은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이다. 핵심계층은 체제 존속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특권층으로, 전체 인구의 10~15% 정도다. 적대계층은 일제 때 친일한 사람들이나 종교인 가족 등 불순 반동으로 찍힌 사람들로 전체 주민의 40% 가량에 이른다.

◇ 실패한 화폐개혁으로 오히려 생색낸 김정은

* ‘돈주’ 잡으려 시도한 화폐개혁 - 2009년 11월 30일에 북한정권은 기습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해 화폐 액면가치를 평가절하했다. 일주일 시한을 주고 가구당 10만원만 새 화폐로 교환해 주기로 했다. 구권 100원을 신권 1원으로 교환해 준 것이다. 암시장에서 북한의 돈 가치는 폭락했다. 주민들 소요 가능성이 야기되자, 북한정권은 새 화폐 교환 한도를 가구당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다시 5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 화폐개혁 책임 회피하고 생색낸 김정은 - 화폐개혁은 장마당을 통한 자본주의 확대를 막으려는 목적이 컸다. 하지만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북한 정권은 당 경제정책비서였던 77세의 박남기에세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직위해제를 한 뒤 결국 총살형을 집행했다. 이후 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는 2009년말 새 화폐를 가구당 500원씩 나눠 주었다. 북한 주민의 환심을 사려고 북한정권은 “김정은 대장의 배려금 명목으로 일률적으로 지급한다”고 선전했다.

* 화폐개혁의 탈출구 ‘장마당’ - 3대 세습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북한 주민 무마가 절실했다. 이에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도록, 통제의 끈을 살짝 풀어 소규모 개인 사업인 장마당 단속을 갑자기 중단하고 비공식적으로 용인했다. 이미 일어난 자발적인 변화는 소급해 인정해 주었다. 이를 서방에선 전문 용어로 ‘아래로부터의 시장화(marketization from below)’라고 불렀다. 이후 장마당은 북한의 최대 경제주체가 된다. 북한 전역에 당국 승인을 얻어 운영되는 시장이 400곳을 넘겼다고 한다. 청진에만 20여 곳이 들어섰다고 한다. 판매대금의 10% 정도를 시장관리소에 낸다고 한다. 북한 주민의 40%가 개인적인 장사로 돈을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 장마당 최고 인기품목은 ‘노텔’ - USB 드라이브가 달린 DVD 플레이어 가운데 휴대용 소형 플레이어를 ‘노텔’이라고 불렀다. 노트북과 텔레비전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가격은 50달러 정도라고 한다. 도시 가구 절반이 노텔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 외화전달 수수료 30% - 북한에선 외화 밀반입이 성행했다. 외부 친척 등이 돈을 보내면 중간에 전달자가 많은 수수료를 받고 북한 내 지정 수취인에게 전달해 주었다. 수수료는 보통 30%라고 한다.

◇ 아직도 먼 북한

* 정찰총국 소속 북한 해커들 - 북한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100곳 이상의 금융기관과 가상화폐거래소를 공격해 6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훔쳐갔다는 통계가 있다. 엘리트 해커를 양성하기 위해 11세 전후의 과학에 재능있는 어린이들을 뽑아 특수 전문학교를 거쳐 평양의 조선인민군 정치군사대에서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거나 해외 활동중인 북한 사이버 요원은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중국에서 활동하며 러시아 말레이시아에도 일부가 있다고 한다. 활동 목적은 단 하나, 김정은 정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다. 버는 돈의 10% 가량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웜비어 죽이고도 200만 달러 청구한 북한 - 북한은 웜비어가 김정일 동지의 대형 선전물을 훼손했다는 죄명을 뒤집어 씌웠다. 그리고는 식중독으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조셉 윤 특사를 보내 웜비어를 데려오려 했으나 북한은 200만 달러의 치료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틸러슨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까지 보고한 후 지불을 약속하고서야 미국으로 송환할 수 있었다. 청구서는 지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실패’가 아닌 베트남 북미정상회담 - 합의 없이 끝났지만 자랑할 만한 소득으로 북한에서 받아들여진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을 두번이나 아시아로 불러 만났다는 것이 한 이유다. 매년 봄 미군이 한국군과 수행하는 연례 대규모 연합훈련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도록 만든 것도 성과라는 평가다. 덕분에 북한도 군용기를 기름 낭비하면서 훈련용으로 띄울 필요가 없어졌다.

* 스파르탄 3000 - 한국과 미국은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공격 프로젝트를 적극 진행한 적이 있다. 남북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던 시기에 ‘스파르탄 3000’이라는 이름의 정예부대가 창설되기도 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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